‘학살 주범’ 갔지만 진실까지 묻힐 순 없다
2021년 11월 25일(목) 01:00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씨 사망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미완의 과제들이 역사 속에 묻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노태우 씨에 이어 유혈 진압의 핵심 책임자로 꼽혔던 전 씨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진실 규명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 씨가 사망하자 광주 지역 사회는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결자해지를 바라며 숱한 기회를 주었지만 전 씨는 끝내 단 한마디 반성이나 사과의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월 3단체와 5·18기념재단은 성명을 통해 “전두환은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분노했다. 또한 “우리는 사법부의 엄벌을 강력히 촉구해왔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광주는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좀 더 살아서 사죄할 날이 있기를 바랐다. 그가 좀 더 살아서 진실 규명에 협조하기를 바랐다. 아직도 발포 명령 책임자와 암매장 등 5·18 관련 핵심 의혹들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헬기 사격도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1심 재판에서는 인정됐지만 전 씨의 사망으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미제(未濟)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 씨가 죽었다 해서 5·18의 진실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5·18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9월 전 씨와 노 씨를 비롯해 80년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 황영시 육군참모차장, 정호용 특전사령관 등 신군부 핵심 다섯 명에게 대면 조사 공지를 보냈다.

조사위는 더 늦기 전에 관련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에 박차를 가해 그날의 진실과 전 씨의 범죄 행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제 학살 주범이 가고 없는 만큼 당시 신군부 핵심 인물들도 진실의 입을 열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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