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트·첫 승점·첫 승 … AI 페퍼스, 배구코트 휘젓다
2021년 11월 10일(수) 19:50
“1세트도 못 딸 것” 우려 깨끗이 씻어
엘리자벳 ‘펄펄’ 김형실 리더십 돋보여
잦은 범실·약한 수비력 꼭 해결해야

9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페퍼저축은행 대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페퍼저축은행은 이날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며 역사적인 첫 승리를 따냈다. <KOVO 제공>

첫 세트, 첫 승점, 첫 승까지. AI페퍼스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여자배구 1라운드를 휘저어놓았다.

AI페퍼스는 지난 9일 첫 승을 올리며 총 승점 4점, 6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시즌 개막 전 ‘1세트 따는 것조차 버겁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1승이었다.

AI페퍼스는 실제로 ‘1승’을 기대할 만한 팀이 아니었다.

AI페퍼스에는 특별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 팀 결성 5개월만에 시즌을 시작해야 했으며, 그나마도 창단식, 전국체전, 세터 박사랑의 부상 등 변수도 많아 개막전에 앞서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을 시작한 건 불과 5일 남짓이었다. 충분한 팀워크가 쌓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또 신인 중심으로 선수진을 꾸린 AI페퍼스는 평균 나이 21세로 리그 경험이 적은데다 평균 신장 178cm로 피지컬조차 다른 팀에게 밀린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실전에서 합을 맞추고 자기 자신과 팀에 대한 믿음을 얻은 AI페퍼스는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AI페퍼스는 개막전부터 KGC인삼공사에게서 첫 세트를 가져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개막전부터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1세트를 뺏었고, 흥국생명전에서는 매 세트 2점차 접전을 펼치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6전 전승’ 현대건설과는 풀세트 접전을 펼쳤고, 나아가 1라운드에서 현대건설을 상대하며 승점을 챙긴 유일한 팀이 됐다.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이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믿음은 급기야 IBK기업은행을 3-1로 꺾고 첫 승을 올리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 엘리자벳이 1라운드부터 펄펄 날면서 팀을 이끌었다. 엘리자벳은 6경기 동안 총 171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 캣벨에 이어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43.48%로 전체 2위, 블로킹도 세트당 0.83회로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공·수 양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김 감독은 경기 중 한 번도 호통을 치지 않았다. 패색이 짙은 순간에도 “자신있게, 너희만의 플레이를 하라. 평소처럼 하면 된다. 한 점 한 점을 소중히 하라”는 말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AI페퍼스는 선수들 간 실수를 하더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손을 맞대며 “다시 하자”고 외친다. 그 결과 선수들은 강팀과 맞붙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마음껏 덤빌 수 있었다. 김 감독이 ‘서로 눈치 보지 않는’,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애쓴 결과다.

다만 잦은 범실과 약한 수비력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AI페퍼스는 6경기 동안 7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34회 범실을 기록했다. 특히 서브 범실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흥국생명전에서는 총 31회 범실 중 20회가 서브 범실이었으며, 기업은행전에서도 한 세트에 서브 실수로 7점을 헌납하는 등 허무하게 점수를 내주는 상황이 잦았다.

AI페퍼스는 세트당 평균 16.83회 디그를 성공시키며 7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디그 성공률도 75.29%로 유일하게 70%대다. 수비력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블로킹 또한 세트당 2.04회 수준으로 6위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엘리자벳의 라이트 블로킹은 좋으나, 레프트·센터 블로킹이 비교적 약한 것을 지적한다. 중앙 속공과 라이트 공격에 대비할 수비 능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JTBC 3 Sports 배구 해설위원인 김민철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1라운드 이후 각 팀의 강점과 약점이 드러났다. 이제 상대는 페퍼의 블로킹 약점을 집요하게 노릴 것”이라며 “이에 맞서 강력한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고 엘리자벳의 공격력, 탄탄한 수비까지 조화를 이루면 2라운드에서 ‘중위권 팀’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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