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에 또 듀스 … 진화하는 페퍼스, 딱 1점이 부족했다
2021년 11월 04일(목) 00:00
흥국생명에 1세트 따내며 분전
모든 세트 접전 끝 1-3 패배
31개 범실 쏟아내 아쉬움
엘리자벳에 공격 58% 집중 ‘부담’

지난 2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AI페퍼스와 흥국생명의 도드람 2021-2022시즌 V리그 경기. AI페퍼스 엘리자벳(오른쪽)이 스파이크하고 있다. <KOVO 제공>

AI페퍼스가 진화하고 있다.

AI페퍼스는 최근 흥국생명에 맞서 한층 성장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올 시즌 2번째 세트를 따냈다.

AI페퍼스는 지난 2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시즌 V리그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상대했다. 세트스코어 1-3(23-25, 23-25, 27-25, 28-30).

흥국생명은 비록 김연경·이재영·이다영 등 스타 플레이어가 빠지면서 ‘약체’로 분류됐으나, 프로 리그 16년 경력과 ‘코트의 여우’ 박미희 감독의 지도력으로 무장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AI페퍼스는 지난 3경기에서 지적받았던 ‘뒷심 부족’을 극복하고 끈질기게 점수차를 줄였다. 3세트에서는 3점차로 뒤처졌으나 27-25, 대역전극을 펼쳤다. 다른 세트에서도 모두 2점차로 아쉽게 패배하는 등 전보다는 성장한 모습이었다.

AI페퍼스는 이날 79득점을 기록해 흥국생명(74득점)보다 더 많은 공격을 성공시켰다. 엘리자벳은 43득점을 올려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경현과 하혜진도 각각 12득점, 9득점씩 꾸준히 점수를 올리며 든든히 뒤를 받쳤다.

수비도 튼튼했다. 이날 AI페퍼스는 블로킹 10번을 성공시켰다. 흥국생명은 6번에 그쳤다. 하혜진과 엘리자벳은 각각 유효블로킹 11회, 7회로 튼튼한 수비벽을 세웠다.

성장한 모습, 발전 가능성도 엿보였지만, 그만큼 한계도 드러난 경기였다.

승부는 ‘범실’에서 갈렸다. 이날 AI페퍼스는 31개 범실을 쏟아냈다. 흥국생명(범실 21개)보다 10개나 많았다.

특히 서브 범실로 허망하게 점수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31개 범실 중 무려 20개가 서브 범실이었다. 1세트에서는 서브 아웃만 5번, 3세트에서는 5번이나 네트에 막혔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도 착잡한 심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서브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다른 범실은 경기 경험이 짧고 어린 선수들이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지만, 서브 범실은 특히 문제다”며 “집중 연습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자연스럽게 때려야 하는데 부담 갖고 때려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의 높은 공격 점유율은 양날의 검이다.

세터 이현은 이날 충분히 실력을 발휘했다. 이현의 백토스에서 엘리자벳의 스파이크로 이어지는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3세트에서는 박경현의 리시브를 곧장 오픈으로 연결해 득점하는 등 센스 있는 플레이도 보였다.

다만 이현은 세트 131회 중 58%인 76회를 엘리자벳에게 몰아줬다. 자연히 엘리자벳의 공격 점유율은 54.05%로 뛰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엘리자벳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감독은 “(공격에) 센터·레프트를 활용하려 했지만, 세터의 욕심이 컸다. 엘리자벳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모습이 보였다”며 “자신감의 문제다. (공격이 실패할까봐) 이현이 겁이 나는 모양이다. 이기는 습관을 들여줘야 하는데 아쉽다”고 짚었다.

선수 기용이 여의치 않은 것도 큰 고민이다. 컨디션 난조 등 위기 상황에서도 뒤를 받쳐 줄 선수가 부족한 것이다.

이현은 신장 174cm로 블로킹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다. 하지만 교체 멤버인 구솔은 경험 부족을 지적받아 잠깐씩 코트에 얼굴을 비추는 데 그쳤다. 또 ‘기대주’였던 박사랑은 부상으로 복귀가 요원하다. 결국 이현이 세터로서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이한비는 이날 5득점, 공격 성공률 30.77%을 기록한데다 4번의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4세트에서 이한비를 빼고 박은서를 선발로 세웠지만, 박은서가 4세트 공격 성공률 22.22%를 기록하면서 결국 이한비로 다시 교체됐다.

김 감독은 “선수 구성에서 아쉽다고 해봐야 지난 일이다. 현 상태에서 조금 더 조직력을 살리고, 실수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열심히 하는 자세, 화이팅 넘치는 모습은 변함없다”며 “안 된다고 노심초사하고 불안해 할 게 아니다. 젊은 선수들은 그런 면에서 오히려 나보다 낫다. 더 연습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AI페퍼스는 5일 오후 7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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