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범죄자 국가장으로 면죄부”…정부 결정에 유감
2021년 10월 27일(수) 20:10
광주시·전남도, “조기 게양·분향소 설치 않겠다”
진정한 반성·사죄 없어…오월 영령·시민 뜻 외면

광주시와 전남도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에도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사진은 1995년 12월 18일 비자금 사건 첫공판에 출석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광주시와 전남도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에도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5·18 단체를 비롯한 광주시민사회단체, 진보단체 들은 국가장을 결정한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27일 성명을 내고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광주시는 오월 영령,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인은 우리나라 대통령이었고, 정서상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지만 광주는 그럴 수 없다”고 이 시장과 김 의장은 말했다.이들은 “고인은 5·18 광주 학살의 주역이었고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정한 반성, 사죄, 진상규명 협조 없이 눈을 감았다”며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40년 넘는 세월을 울분과 분노 속에 보내는 오월 가족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행불자를 끝내 외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해 영원하다”며 “의향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올바르게 세우고 지키는 길을 가서 전두환 등 5·18 책임자들의 반성과 사죄를 끌어내고 진실을 밝혀 시대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도 역시 분향소 설치와 조기 게양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전남도 관계자는 “국가장법에 따르면 분향소 설치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조기 게양은 의무사항”이라면서도 “정부 방침은 존중하겠지만 전남도는 5·18 피해자분들과 지역주민 정서를 고려해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5·18 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며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 화해와 용서는 온전한 반성과 사죄를 전제로 가능하다”며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노씨는 대통령이기 전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반란의 수괴”라며 “이런 노씨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어서 국가장의 대상이 되는지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광주 진보연대도 “5월 학살의 핵심 범죄자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장의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피 흘리며 지킨 민주주의와 정의를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노태우에 대한 국가장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박진표·김형호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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