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학상’ 지영 작가 “광주는 제게 투박하게 붙은 점토 덩어리 같아요”
2021년 10월 20일(수) 22:00 가가
작품명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태국 나레수안대서 한국어 강의
2017년 5·18 신인문학상 수상
태국 나레수안대서 한국어 강의
2017년 5·18 신인문학상 수상
광주 출신 지영(37·본명 최지영)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으로 수림문학상(상금 5000만원)을 수상했다. 수림문학상은 차세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수림문화재단과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현재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사이에 있는 ‘핏사눌록’이라는 도시에 거주하는 작가는 나레수안 대학교 동양어문화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작가는 “광주는 제게 크고 투박하게 붙은 점토 덩어리 같다”며 “이젠 광주 이외의 곳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늘 고향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점토는 단단하게 붙어 있는 전부이며 그 위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어 작가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한다.
▲당선 소식을 들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진짜야?’라고 질문하거든요. 큰 상을 받게 돼서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뻐요.
-작품은 테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티브를 얻었나.
▲오래 전부터 두 가지 생각을 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고대 히브리어나 중세 영어만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몇 년 전 두 소재를 하나의 서사로 엮으면 어떤 소설이 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고대 히브리어를 소설에 녹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고, 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는 편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결과 모국어가 다른 언어로 대체된 이들의 고통을 다룬 ‘수키 라임즈’와 ‘수키 증후군’을 다룬 중편을 갖게 됐고 태국에 온 이후 ‘신체가 먼지로 변하는 현상’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구요.
-‘전체 긴장도를 유지하며 1000매 가까운 인터뷰를 소설적 장치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이야기해 달라.
▲인터뷰만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아니고요. 방송과 신문, 잡지 기사들부터 책, 메일, 낙서, 인터넷 자료, 또 여러 사람들이 보내준 메시지 등이 소설 전반에 등장하고, 또 그게 서사를 이끌어가요. 소설을 쓰는 동안 콜라주를 떠올렸어요. 인터뷰, 기사, 낙서, 메일과 관련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콜라주요. 콜라주를 보면 오려 붙여진 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거대한 하나를 만들어내잖아요.
-평소 어떻게 소설 창작 공부를 했나.
▲작법과 관련된 책을 보거나 이론을 공부하지는 않고요. 그냥 읽고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요. 첫 소설은 학부 때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며 썼어요. 근데 그때 강의를 하셨던 선생님이 한창 RPG 게임 개발을 하시던 중이라 한 학기 내내 게임 시나리오 이야길 들었고, 마지막엔 개발 단계에 있던 RPG 게임의 유저로 참가하기도 했어요.
-5·18신인문학상을 받고 난 이후 본격적으로 창작을 했을 것 같은데.
▲그 상 이후 제 소설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마음은 잡힐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얼마 뒤 태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큰 고민 없이 짐을 쌌어요. 낯선 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소설을 써 보자는 결심도 했지만 동시에 소설과 소설로 맺은 인연들과 멀리 지내며 이별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달라
▲태국 ‘핏사눌록’에서 살고 있어요. 행정구역 상 도시는 맞는데 제가 일하고 사는 곳은 외곽에 있습니다. 나레수안 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또 부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한국어 강의도 했어요.
-고향 생각도 많이 날 것 같다.
▲광주는 제게 크고 투박하게 붙은 점토 덩어리 같아요. 이젠 광주 이외의 곳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늘 고향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광주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점토는 이미 단단하게 붙어 있는 전부이고, 그 위에서 변화하고 있는 거니까요.
-향후 계획은.
▲제가 사는 곳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만큼은 변화의 폭이 넓은데, 예상치 못했던 색감들로 채워져요. 그 아름다운 시간 언저리에 호숫가를 걷고 달리는 걸 좋아해요. 걷고, 달리면서 또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제 이야길 고민하겠죠. 그 고민들이 모여 한 편의 소설로 피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작가는 “광주는 제게 크고 투박하게 붙은 점토 덩어리 같다”며 “이젠 광주 이외의 곳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늘 고향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점토는 단단하게 붙어 있는 전부이며 그 위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한다.
▲당선 소식을 들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진짜야?’라고 질문하거든요. 큰 상을 받게 돼서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뻐요.
▲오래 전부터 두 가지 생각을 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고대 히브리어나 중세 영어만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몇 년 전 두 소재를 하나의 서사로 엮으면 어떤 소설이 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고대 히브리어를 소설에 녹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고, 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는 편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결과 모국어가 다른 언어로 대체된 이들의 고통을 다룬 ‘수키 라임즈’와 ‘수키 증후군’을 다룬 중편을 갖게 됐고 태국에 온 이후 ‘신체가 먼지로 변하는 현상’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구요.
-‘전체 긴장도를 유지하며 1000매 가까운 인터뷰를 소설적 장치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을 이야기해 달라.
▲인터뷰만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아니고요. 방송과 신문, 잡지 기사들부터 책, 메일, 낙서, 인터넷 자료, 또 여러 사람들이 보내준 메시지 등이 소설 전반에 등장하고, 또 그게 서사를 이끌어가요. 소설을 쓰는 동안 콜라주를 떠올렸어요. 인터뷰, 기사, 낙서, 메일과 관련된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콜라주요. 콜라주를 보면 오려 붙여진 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거대한 하나를 만들어내잖아요.
-평소 어떻게 소설 창작 공부를 했나.
▲작법과 관련된 책을 보거나 이론을 공부하지는 않고요. 그냥 읽고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요. 첫 소설은 학부 때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며 썼어요. 근데 그때 강의를 하셨던 선생님이 한창 RPG 게임 개발을 하시던 중이라 한 학기 내내 게임 시나리오 이야길 들었고, 마지막엔 개발 단계에 있던 RPG 게임의 유저로 참가하기도 했어요.
-5·18신인문학상을 받고 난 이후 본격적으로 창작을 했을 것 같은데.
▲그 상 이후 제 소설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마음은 잡힐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얼마 뒤 태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큰 고민 없이 짐을 쌌어요. 낯선 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소설을 써 보자는 결심도 했지만 동시에 소설과 소설로 맺은 인연들과 멀리 지내며 이별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달라
▲태국 ‘핏사눌록’에서 살고 있어요. 행정구역 상 도시는 맞는데 제가 일하고 사는 곳은 외곽에 있습니다. 나레수안 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어문학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또 부전공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한국어 강의도 했어요.
-고향 생각도 많이 날 것 같다.
▲광주는 제게 크고 투박하게 붙은 점토 덩어리 같아요. 이젠 광주 이외의 곳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늘 고향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광주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점토는 이미 단단하게 붙어 있는 전부이고, 그 위에서 변화하고 있는 거니까요.
-향후 계획은.
▲제가 사는 곳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만큼은 변화의 폭이 넓은데, 예상치 못했던 색감들로 채워져요. 그 아름다운 시간 언저리에 호숫가를 걷고 달리는 걸 좋아해요. 걷고, 달리면서 또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제 이야길 고민하겠죠. 그 고민들이 모여 한 편의 소설로 피어나길 바라고 있어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