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성화를 위한 행정의 역할-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1년 10월 18일(월) 01:30
광주 동구 서남동 지역은 현재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2024년까지 80년 역사를 가진 ‘인쇄의 거리’ 일원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재 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인쇄의 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음식문화지구, 정율성 유적지, 웨딩의 거리, 518유적지인 구 적십자병원 등이 위치해 있다. 인근에 충장로, 전일빌딩, 동명동, 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등도 있다. 각각의 특별한 개성과 의미를 지닌 건축물이 사업 구역 및 인근에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물론 현재는 쇠퇴해 있지만 과거 명실상부 광주의 중심이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다양한 재생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다시 광주문화관광의 중심지로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구시청 일대의 경우, 광주 동구청과 지역민이 2006년부터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2014년 문화중심도시 선도 관광프로그램을 추진해 국비와 시비를 확보함으로써 2015년 아시아음식문화지구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남도 음식을 소개하고 아시아 각국의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아시아음식문화지구가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아시아음식문화거리의 취지에 맞지 않는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유흥주점이 들어서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임대를 내놓은 점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딜 가야 아시아음식을 먹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점심에는 문을 닫고 저녁에는 술집밖에 없는데 유흥거리가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오래전부터 구시청 사거리는 술집 거리일 뿐 아시아음식문화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최초 14개의 아시아음식 전문점이 생겼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곳은 배달 전문으로 하는 베트남 쌀국수집만 남아 있는 듯하다. 대부분 음식점이 임차비 지원이 끝나자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여러 매체에서 아시아음식문화지구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향후 조성사업의 방향 제시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현재 광주 도처에는 음식을 주제로 한 거리가 많다. 월곡동 세계음식문화거리, 유동 오리탕 골목, 송정리 향토 떡갈비 거리, 동곡동 꽃게장 백반 거리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다양한 음식 관련 거리들이 조성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또는 과거부터 동종 음식점이 밀집한 역사적 특성이 있어서 등 음식거리 조성의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상권 활성화라는 한 가지 목표는 다들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 전 동구는 아시아음식문화지구 조성사업의 2021년 활성화 계획 진행을 알렸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음식공방, 상징조형물, 야간경관과 거리정비와 같은 가로환경 개선 등을 비롯해서 아시아음식점 입점 유치, 음식문화축제와 같은 콘텐츠 확충이 주요 내용이다. 활성화 사업의 진행 방식으로는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민간 주도형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도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관 주도 사업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민간 주도의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항상 주장해 오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시재생이나 활성화사업을 시행해 보면, 민간 주도 사업은 사업에서 진행의 협조와 지속 가능성 등의 장점은 있지만 확실한 해결 방법은 아닌 듯하다. 사업의 진행에 있어 예산 집행이나 절차의 문제 등 행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정이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행정에서는 전담 부서뿐만 아니라 전문직 공무원을 두고 이런 사업들이 시작부터 결실을 맺을 때까지 관련 업무만 담당함으로써 진행되는 상황과 함께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축적된 전문가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민간주도에 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가야 한다. 이렇게 조화를 이뤄야만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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