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 “인간이 지닌 잔인함은 어디까지인가?”
2021년 09월 28일(화) 21:40 가가
위안부 삶 그린 장편 ‘나비, 날다’ 펴내
허구 배제 사실 기록…영문판 먼저 출간 화제
“죽음 목전에 둔 전장서도 인간애는 피어나죠”
허구 배제 사실 기록…영문판 먼저 출간 화제
“죽음 목전에 둔 전장서도 인간애는 피어나죠”
“많이 아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다니…. 인간이 지닌 그 잔인함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쓰는 동안 진저리를 치며 올라오는 욕지기를 참아야 했어요.”
은미희 작가가 최근 위안부의 삶을 그린 장편 ‘나비, 날다’(집사재)를 펴냈다. 열대여섯 살 조선 소녀들이 겪었던 아픔을 담은 작품은 일본군의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모든 에피소드가 사실”이라는 점이 눈길을 잡아끈다.
본디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다. 가상의 인물과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어낸 구조물이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소설의 형식과 구성을 빌어 엮어냈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작품은 ‘사실의 기록’이자 ‘또 다른 증언’으로 다가온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2년 전까지 동신대에서 강의를 했다. 강의가 있을 때는 1주일에 두 차례 광주에 왔다가, 강의가 끝나는 대로 바로 상경을 하곤 했다.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던 터라 광주는 작가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문학행사장 등에서 작가를 줄곧 봐왔지만 정작 창작이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다. 묵묵히 창작의 세계를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을 뿐이었다. 어쩌면 전업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에게 작품을 비롯한 밥벌이를 묻는 것은 실례일 터였다. 그러나 이번 장편 발간 소식을 듣고는 모처럼 전화로 작품 이야기와 창작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꺾여버린 인생과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가라는… 한편으로 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 전장에서도 인간애는 피어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구요. 그것이 인간이며 그 인간애가 있어 우리는 얼마간의 위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작가는 당초 이 소설을 지난 2013년에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5년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전격 합의를 하면서 이 문제가 부각됐다. 당시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차단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은 작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가적 의무로서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자료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그대로 쓰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도리이자 진실을 알리는 길”이라고 믿었다. 철저히 주관적인 사고와 판단을 배제하려 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장편은 먼저 영어로 출판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공무원인 이상원 박사의 도움으로 영어판으로 나올 수 있었다. 출판 당시 많은 협박과 저항이 있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상원 박사 또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누구보다 그분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소설은 조선의 처녀들이 일본 군인의 꼬임과 강제에 의해 버마(지금의 미얀마)의 위안소에까지 끌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녀들은 일본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강간당하고 성병에 걸린다. 어떤 소녀는 임신을 하기도 한다. 위안부들은 일본 제국의 군인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성 노예 신세나 다름없었다.
당초 책은 2권으로 쓸 계획이었다. 1권은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가게 된 과정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2권은 위안소를 나온 이후의 신산한 삶을 추적하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1권을 쓰는 동안 건강을 잃어버려 2권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거대 폭력 앞에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는 국민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 지는지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쓰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참혹해 쓴 것을 후회했으니까요. 그러나 누군가는 할 일이라는, ‘사관의 자세’로 기록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매달렸죠.”
작가는 몸은 서울에 있지만 항상 광주를 떠올릴 때면 마음속에 따뜻함이 고인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일로 다른 도시에 갈 기회가 많지만 광주가 갖는 분위기는 특별하다는 것이다. “느림과 빠름, 전통과 첨단, 예술과 과학이 공존하는 특이한 곳”이 바로 광주다. 그는 “언젠가는 광주로 돌아갈 거라며, 돌아갈 고향이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당선과 삼성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교황 바오로 2세’ 등 다수의 작품집을 펴냈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작가는 “‘나비, 날다’ 2부를 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의 병폐인 편가르기 같은 부분들에 대한 소설화 등도 차근차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은미희 작가가 최근 위안부의 삶을 그린 장편 ‘나비, 날다’(집사재)를 펴냈다. 열대여섯 살 조선 소녀들이 겪었던 아픔을 담은 작품은 일본군의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모든 에피소드가 사실”이라는 점이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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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당초 이 소설을 지난 2013년에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5년 박근혜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전격 합의를 하면서 이 문제가 부각됐다. 당시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차단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은 작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가적 의무로서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자료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그대로 쓰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도리이자 진실을 알리는 길”이라고 믿었다. 철저히 주관적인 사고와 판단을 배제하려 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장편은 먼저 영어로 출판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공무원인 이상원 박사의 도움으로 영어판으로 나올 수 있었다. 출판 당시 많은 협박과 저항이 있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상원 박사 또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누구보다 그분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소설은 조선의 처녀들이 일본 군인의 꼬임과 강제에 의해 버마(지금의 미얀마)의 위안소에까지 끌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소녀들은 일본 군인들에게 처참하게 강간당하고 성병에 걸린다. 어떤 소녀는 임신을 하기도 한다. 위안부들은 일본 제국의 군인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성 노예 신세나 다름없었다.
당초 책은 2권으로 쓸 계획이었다. 1권은 할머니들이 위안부로 가게 된 과정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2권은 위안소를 나온 이후의 신산한 삶을 추적하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1권을 쓰는 동안 건강을 잃어버려 2권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거대 폭력 앞에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고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는 국민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 지는지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쓰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참혹해 쓴 것을 후회했으니까요. 그러나 누군가는 할 일이라는, ‘사관의 자세’로 기록을 남기자는 마음으로 매달렸죠.”
작가는 몸은 서울에 있지만 항상 광주를 떠올릴 때면 마음속에 따뜻함이 고인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일로 다른 도시에 갈 기회가 많지만 광주가 갖는 분위기는 특별하다는 것이다. “느림과 빠름, 전통과 첨단, 예술과 과학이 공존하는 특이한 곳”이 바로 광주다. 그는 “언젠가는 광주로 돌아갈 거라며, 돌아갈 고향이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당선과 삼성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교황 바오로 2세’ 등 다수의 작품집을 펴냈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작가는 “‘나비, 날다’ 2부를 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의 병폐인 편가르기 같은 부분들에 대한 소설화 등도 차근차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