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의 추억
2021년 08월 12일(목) 02:00 가가
어린 시절엔 누구에게나 특별한 이유 없이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웬일인지 육교를 건너는 일이 그 중 하나였다. 문제는 학교에 가려면 육교를 건너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빙 돌아가는 게 귀찮았다. 그래 육교를 오르면서도 그때마다 “다음엔 꼭 횡단보도로 가야지” 마음먹곤 했다.
두려움은 고학년이 되어서야 사라졌다. 하지만 저학년 때는 얼마나 힘들었던지 TV에서 봤던 소머즈나 원더우먼이 돼 육교 위를 날아가는 꿈도 자주 꾸곤 했다. 아저씨들이 작은 박스에 넣고 팔던 병아리도 육교 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다.
시간을 되돌려 육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 건 얼마 전 52년 만에 철거된 중앙초등학교 앞 육교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69년 설치된 중앙육교가 광주 최초의 보행자 육교라는 것도, 시민들의 성금으로 설치돼 ‘사랑의 육교’로 불렸다는 사실도 최근 광주일보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자동차 사용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1969년 4월 중앙초등학교 앞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옛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는 ‘교통사고 줄이기’ 및 ‘학교 앞 육교를 세워 주자’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정성이 답지했다. 당시 전남일보 기자들을 비롯해 평범한 시민과 학교·기업 등에서 700원부터 50만 원까지 정성을 보탰다. 여기에 전남도 예산까지 더해져 중앙초와 양동초 앞 거리에 육교가 설치됐고 이듬해에는 수창초·계림초 앞에도 들어섰다.
노후화에 따른 안전 및 교통 약자 이용 불편 등의 문제가 제기돼 철거된 중앙육교를 대신할 횡단보도는 이달 설치된다. ‘사연’ 많은 1호 육교이다 보니 육교 이야기를 담은 작은 안내문이라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모양이다.
광주 토박이들은 누구나 중앙 육교를 이용했을 터다. 어린 시절 중앙초등학교에서 자주 놀곤 했던 나 역시 이 육교를 수시로 오르내렸다. 사실 최근에 이용하면서는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며칠 전 육교가 철거돼 뻥 뚫린 도로를 차로 달리자니 괜스레 아련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시간을 되돌려 육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 건 얼마 전 52년 만에 철거된 중앙초등학교 앞 육교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69년 설치된 중앙육교가 광주 최초의 보행자 육교라는 것도, 시민들의 성금으로 설치돼 ‘사랑의 육교’로 불렸다는 사실도 최근 광주일보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광주 토박이들은 누구나 중앙 육교를 이용했을 터다. 어린 시절 중앙초등학교에서 자주 놀곤 했던 나 역시 이 육교를 수시로 오르내렸다. 사실 최근에 이용하면서는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며칠 전 육교가 철거돼 뻥 뚫린 도로를 차로 달리자니 괜스레 아련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