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통종주’
2021년 08월 10일(화) 02:00 가가
종주(縱走)의 사전적 의미는 ‘능선을 따라 산을 걸어 많은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일’이다. 대표적인 종주 코스로는 ‘지리산 종주’를 꼽을 수 있다. 구례 화엄사 또는 성삼재에서 출발해 노고단~벽소령~세석평전~장터목을 거쳐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915m)에 오른 후 중산리나 대원사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대학 시절 난생 처음 화엄사에서 중산리까지 2박3일 동안 종주를 마쳤을 때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뭔가 통과의례를 거쳤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다음 도전은 호남 정맥과 백두대간 종주였다. 학교에서 배운 ‘태백산맥’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지리 개념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이란 말이 새로웠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여암 신경준 선생이 정리한 지리서 ‘산경표’(山經表)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줄기는 대간 1개, 정간 1개, 정맥 13개로 이뤄져 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광주일보의 장기 시리즈 ‘백두대간을 찾아서’ 취재진 일원으로 호남정맥과 백두대간의 일부 구간을 두 발로 밟았다. 능선길을 걸으며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을 물을 건너지 않는다’(山自分水嶺)는 우리 고유의 지리 개념을 직접 확인하며 탄복하기도 했다.
최근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산줄기를 따라 종주한 한 산악인이 눈길을 끌었다. 41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나종대(61)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땅끝에서 휴전선 밑 통일전망대까지 1350㎞를 19개월에 걸쳐 20여 번의 산행으로 완주했다. 전체 구간을 65개 구간으로 나눠 주로 1박2일씩, 하루 평균 20여㎞씩 걸었다. 종주 코스는 땅끝기맥, 호남정맥,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며 국토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시작점과 끝점의 첫 글자를 따서 ‘땅통종주’로 이름 붙였다.
나 씨는 대장정을 마치고 최근 펴낸 산행기 ‘땅통종주’(한솜미디어 刊)에서 이렇게 말한다. “땅통종주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국토 종단에 나선다. 앞으로 도로 또는 산줄기를 따라 두 발로 걸어서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 좋은 시절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나 씨는 대장정을 마치고 최근 펴낸 산행기 ‘땅통종주’(한솜미디어 刊)에서 이렇게 말한다. “땅통종주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국토 종단에 나선다. 앞으로 도로 또는 산줄기를 따라 두 발로 걸어서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 좋은 시절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