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전 분열
2021년 08월 09일(월) 03:00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 간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는 분위기다. 바지 발언, 백제 발언, 영남 역차별 발언 논란으로 시끄럽더니 친인척 특혜 의혹에 이어 음주운전 전력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승부인 만큼 적의 치명적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앞서가는 경쟁자의 발목을 잡고 뒤처진 경쟁자를 걷어참으로써 더욱 확실히 따돌려야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들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선 후보들은 때로 “과열 경쟁 자제를 약속했지만 잘 안 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치열한 공방이 ‘집안싸움’인 데다 ‘적전 분열’이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판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책사이자 킹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LH사태가 없어도 이겼다. LH사태가 민심을 자극했을지 몰라도, 그 자체가 선거판을 좌우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이 잘난 게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래 여당의 실패를 먹고 사는 게 야당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당의 실패를 먹고 사는 게 야당’이라는 발언은 김 전 위원장이 흔히 쓰는 이야기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여당이 잘하기만 하면 야당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 실질적인 정치 현실이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본경선이 열리는 10월10일까지는 딱 2개월, 대통령 선거일인 내년 3월 9일까지는 정확히 7개월이 남아 있다. 끝내 하려고만 한다면, 서로 약점을 들추고 드잡이를 하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민주당 본경선 1개월 뒤 국민의힘이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하면 곧바로 진보·보수 진영 간 정권의 명운을 건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본선은 같은 편끼리 겨루는 당내 경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진검승부를 앞두고 미리 상대방에게 내부 약점을 알려 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후보들은 과연 지금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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