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본을 굴리는 방학-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1년 08월 09일(월) 01:00 가가
아이들의 여름이 역대 최악의 무더위와 함께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유년 시절 여름방학은 즐거웠다. 피서길 원두막에서 먹었던 수박은 아주 달고 시원했으며, 어머니를 따라 시장 혹은 박물관이나 극장 등을 다녔던 경험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컴퓨터며 핸드폰이 없었던 그때에는 모든 곳이 놀이터가 되었다. 여름방학이란 그저 땀을 흠뻑 흘리며 신나게 웃고 떠들며 노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021년 여름. 아이들을 위한 여름방학 프로그램은 마땅치 않다. 당연한 듯 군보다는 시가, 광역시보다는 특별시에 더 많은 문화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데, 그나마 찾은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자는 6세에서 10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답답한 노릇이다.
분명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부터 참여 가능한 방학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조차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달리 누릴 수밖에 없는 이 ‘문화 불평등’을 실제로 맞닥뜨리는 것은 편치 않다. 게다가 사회 전반에 걸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활동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도 그 원인 중 하나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 원칙처럼 방학에도 학원을 다녀야 하는 한국의 학업 경쟁사회 때문인 듯하다.
한국의 학부모는 방학에도 아이들의 사교육으로 힘들다. 물론 유럽의 부모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이 아이들에게 각별히 신경 쓰는 방학 교육의 내용이 우리와는 다름을 이야기하고 싶다. 독일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앞서 언급한 문화자본을 길러 주기 위해 심사숙고한다. 이는 비단 각 가정의 부모 몫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지역사회의 모두가 함께 고민한다. 같은 시대와 사회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그들 삶에 중요한 밑거름은 부족한 학업의 학습이 아니라 ‘문화자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 그의 여러 저서를 통해 자본 사회에서 문화 취향에 의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계급이 정해지는지 설명한다. 부르디외가 만든 개념인 ‘아비투스’(Habitus)는 개인의 무의식적인 행동 습관인데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취향은 단순하지 않은 교육과 전수를 통해 상속되어진다. 그는 교육 행위를 통해 생산된 문화적 유전자인 아비투스가 문화자본으로 그리고 사회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불평등한 문화 분배 등의 복잡한 문제를 비집고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은 교육에 의해 아비투스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문화자본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여름방학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2014년 향후 10년간의 방학 일정을 발표하였다. 연방공화국인 독일의 각 주 문화부장관들이 한데 모여 주 형편에 맞는 서로 다른 방학 일정을 논의하고 확정하였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함께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장기간 동안 관광·문화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각 가정의 방학 계획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학교는 가족이 함께 여행이나 전시 그리고 공연을 경험할 것을 권장하고 문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학부모에게 당부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방학 여행을 즉흥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들여 누구를 만날 것인지 방문과 초대 일정까지도 치밀하게 준비한다.
궁리 끝에 가족의 방학계획표를 완성했다. 계획대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아들을 다시 채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리고 가족의 취향을 만들어 가는데 방학만 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한 가족의 문화자본은 얼마든지 가족의 전통이 되며 저력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상속세 없는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개인의 문화자본 토대를 육성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이와 연대하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노력이 더욱 긴요하게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 그의 여러 저서를 통해 자본 사회에서 문화 취향에 의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계급이 정해지는지 설명한다. 부르디외가 만든 개념인 ‘아비투스’(Habitus)는 개인의 무의식적인 행동 습관인데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취향은 단순하지 않은 교육과 전수를 통해 상속되어진다. 그는 교육 행위를 통해 생산된 문화적 유전자인 아비투스가 문화자본으로 그리고 사회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불평등한 문화 분배 등의 복잡한 문제를 비집고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은 교육에 의해 아비투스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문화자본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여름방학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2014년 향후 10년간의 방학 일정을 발표하였다. 연방공화국인 독일의 각 주 문화부장관들이 한데 모여 주 형편에 맞는 서로 다른 방학 일정을 논의하고 확정하였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함께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장기간 동안 관광·문화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각 가정의 방학 계획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학교는 가족이 함께 여행이나 전시 그리고 공연을 경험할 것을 권장하고 문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학부모에게 당부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방학 여행을 즉흥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들여 누구를 만날 것인지 방문과 초대 일정까지도 치밀하게 준비한다.
궁리 끝에 가족의 방학계획표를 완성했다. 계획대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아들을 다시 채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늘리고 가족의 취향을 만들어 가는데 방학만 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한 가족의 문화자본은 얼마든지 가족의 전통이 되며 저력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상속세 없는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개인의 문화자본 토대를 육성해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이와 연대하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노력이 더욱 긴요하게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