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평등’
2021년 08월 04일(수) 02:00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전염력이 높은 델타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규 확진자 숫자가 5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 확진자 수가 한 달 가까이 1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누적 확진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10만 명을 돌파한 후 또다시 추가로 1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4개월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높은 선진국에서는 ‘부스터샷’까지 추진하고 있다. 부스터샷은 1회 접종으로 개발된 백신을 2회 접종하거나, 2회 접종으로 개발된 백신을 3회 접종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렇게 추가 접종을 할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위중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들의 1차 백신 접종률은 50%∼70%에 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백신 접종에 나선 이스라엘의 경우 2차 접종까지 끝낸 비율이 전체 국민의 60%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 국가들은 서둘러 ‘부스터샷’에 나서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위험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접종이지만, ‘백신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유한 나라로 분류되는 이들 국가에서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의 비율은 세계 평균(26.19%)의 두 배를 넘는다. 반면 아프리카 일부 저소득 국가의 접종 비율은 1∼3%로 극히 저조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20%대.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사망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백신 수급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백신 공유 계획인 코벡스 퍼실리티(COVEX) 등이 가동됐지만, 주요 국가들의 소극적인 호응으로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들의 생명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 곳곳이 안전하지 않다면, 이들 선진국에도 언제 또 다시 팬데믹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경제 여력이 있는 국가와 세계기구는 백신을 세계적인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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