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는 철부지’
2021년 07월 29일(목) 01:40
“소녀는 윤 초시네 증손녀였죠/ 소년이 소녀를 처음 본 곳은 개울가였죠.”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흥얼거려 본 노래 ‘소나기’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게 언제였을까.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처음 접한 ‘초시’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기억만은 남아 있다. 그러니 노래의 모티브가 된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읽기 훨씬 전부터 들어온 셈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 묻어 달라’는 소녀의 말도 뇌리에 남아 있다.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 준 것은 최유준·장상은이 쓴 ‘모모는 철부지-전일방송 대학가요제의 기억’(책과 생활)이라는 책이다. 광주발(發) 히트곡 등 ‘로컬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읽다 보면 저절로 추억 속에 잠기게 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든 김종률의 자작곡 ‘소나기’는 1979년 ‘제2회 전일방송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영감을 얻은 1회 대상곡 ‘모모’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전국구 히트곡’이었다.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라는 대목은 앨범 발매 당시 검열을 고려해 수정된 부분이란다. 원래대로 ‘모모는 말라비틀어진 눈물자국이다’라고 불러 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빙빙빙 돌아라 내 팽이야’라고 노래하는 하성관의 ‘빙빙빙’은 3회 대상곡이다. 팽이를 돌리려면 채찍을 치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채찍 맞은 아픔’이라는 가사가 이상하다며 노래를 틀어 주지 않아 힘들었다는 하씨의 인터뷰에선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제5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 정오차의 ‘바윗돌’도 마찬가지다. 방송에 출연한 그가 “광주에서 죽은 친구를 추모한 노래고, 바윗돌은 친구의 묘비를 뜻한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금지곡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던 시대였다.

책에는 전남대 그룹사운드 ‘로터스’와 조선대의 ‘캐러반’ 등 광주의 노래와 가수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마침 전일빌딩 245에서는 ‘광주 노래 전시회’도 열리고 있으니 책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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