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승리
2021년 07월 23일(금) 02:00 가가
전쟁의 승패는 대부분 군사력의 우위로 판가름 난다. 하지만 역사 속 수많은 전쟁 중에는 적의 10분의 1이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승산 없는 전력으로 상대를 물리친 기적 같은 승리들이 있다.
백마고지 전투나 낙동강 전투와 같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중에도 불가사의한 승리로 꼽히는 전투가 꽤 있었으니 ‘베티고지 전투’도 그중 하나다. ‘36(한국군) 대 800(중공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베티고지 전투’는 중서부전선의 대표적인 고지 쟁탈전으로 꼽힌다.
120∼150m밖에 되지 않는 베티고지는 경기도 연천군 태풍전망대 북쪽 500m 앞 비무장지대에 있다. 임진강 북쪽에 위치한 이 고지는 작전상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휴전이 성립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주 저항선에서 남쪽으로 2㎞ 이상이 비무장지대로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로 국군은 그만큼 남쪽으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베티고지 전투는 휴전협정을 10여 일 남겨 둔 1953년 7월15일부터 16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1사단 제11연대 6중대 2소대장인 김만술 소위 등 36명의 국군이 중공군 2개 대대의 공격을 물리쳤다. 물론 18시간의 전투로 국군도 24명이 전사했지만, 중공군은 35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채 패퇴했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13 대 133’ 명량대첩은 500년이 지난 현재에도 매년 신화로 부활한다. 1597년 9월16일 이순신은 12척의 전선에 급히 정비한 어선 1척을 더해, 명량(울돌목)에서 왜선 133척과 맞섰다. 조선 수군이 왜선 31척을 격침시키자 일본 수군은 모두 도주하고 말았다.
명량대첩 직전 이순신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오는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나이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는 문구가 새삼 다시 회자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이 문구를 도쿄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내걸었다가 일본 항의를 받은 IOC의 요청에 따라 철거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도쿄 올림픽 개막일이다. 태극 전사들은 일본의 유치한 신경전에 말리지 말고 온 국민의 응원을 무기 삼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하길 바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백마고지 전투나 낙동강 전투와 같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중에도 불가사의한 승리로 꼽히는 전투가 꽤 있었으니 ‘베티고지 전투’도 그중 하나다. ‘36(한국군) 대 800(중공군)’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베티고지 전투’는 중서부전선의 대표적인 고지 쟁탈전으로 꼽힌다.
명량대첩 직전 이순신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오는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나이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는 문구가 새삼 다시 회자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이 문구를 도쿄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내걸었다가 일본 항의를 받은 IOC의 요청에 따라 철거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도쿄 올림픽 개막일이다. 태극 전사들은 일본의 유치한 신경전에 말리지 말고 온 국민의 응원을 무기 삼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발휘하길 바란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