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으로 가는 길
2021년 07월 07일(수) 03:20
대선의 시간이 도래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출사표가 이어지면서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의 출사표에는 빠짐없이 ‘공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불공정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마치 공정이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듯하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하지만 여야 대선 유력 주자들의 출사표에 담긴 공정과 우리 사회의 각 연령층이 생각하는 공정의 개념은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한바탕 ‘불공정 홍역’을 치렀다. ‘꿈의 직장’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들이 어렵지 않게 차지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는 실력과 스펙을 쌓아 가며 취업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온 이들에게는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정의롭지 못한 데다 불공정하다고 여길 수 있다.

여기에 ‘조국 사태’와 여권 일부 의원들의 ‘내로남불’ 행태는 불공정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진보층으로 여겨졌던 20·30대가 현 정부와 여권에 등을 돌렸다. ‘실력(능력)에 따른 공정한 경쟁’을 외쳐 왔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능력 우선주의’와 ‘무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에서 말하는 공정의 개념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약자의 편’이 우선시된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는 것이 공정의 개념으로 해석된다. 공정은 이처럼 진영별로, 연령별로 생각의 차이가 크다. 특히 경제력과 학벌 및 사회적 자본까지 대물림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으로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여야 대선 주자들은 단순하게 진영 논리에 따른 공정을 주장만 할 것이 아니다. 세대별 공정의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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