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2021년 07월 06일(화) 03:30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운크다드)가 최근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32개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운크타드 창설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한다. 국민적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밖의 여러 기구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지 이미 오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91년에, 세계은행에서는 1996년에 선진국으로 지정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소득 회원국(37개국)인 것은 물론 개발원조위원회(23개국)와 파리클럽(22개국) 회원국이기도 하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했다.

각종 통계 및 지수도 선진국 기준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5512억 달러로 세계 10위며, 수출은 지난해 5125억 달러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1497달러로 세계 26위이며, 교육지수·기대수명지수·국민총소득 평균으로 산출하는 UN의 인간개발지수(HDI)는 지난해 23위였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166개 국가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자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승인하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데 대한민국의 선진국 분류에 대해서 유독 우리나라만 인색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지난 50년 동안 급속 성장함에 따라 선진국으로의 체감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의 작은 나라로서 서방을 대상으로 한 미묘한 ‘선진국 콤플렉스’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분단국가로 세계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빈부 격차, 치열한 경쟁 체제, 긴 노동시간 등도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소득, 치안, 교육, 보건의료, 문화, 사회적 투명도, 민주주의 체제 등에서 대한민국만 한 나라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제는 한숨 돌리고 뒤를 돌아보며 서로를 배려하는 삶의 여유를 가지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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