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유물
2021년 07월 05일(월) 03:30 가가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천문’은 세종대왕과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임금과 당대 최고 과학자로 꼽혔던 두 사람의 인연은 소재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었다. 영화는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보고 읽고자 했던 이들의 열정을 재현했다.
장영실은 원래 동래현 관청에 소속된 노비였다. 평소 그의 재주를 눈여겨보았던 세종은 정5품 벼슬을 내렸고, 장영실은 이에 보답하듯 자격루를 비롯해 많은 천문 의기(儀器)를 만든다. 농업을 천하의 근본으로 생각했던 조선에서 날씨와 계절의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얼마 후 장영실은 임금이 타는 가마인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에 휘말린다. 이 일로 그는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죄명을 쓰고 곤장 80대 형에 처해진다. 모함에 의한 사건이었지만 장영실은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얼마 전 서울 인사동에서 조선 전기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금속활자 1600여 점을 비롯해 소형 화기인 총통 8점 그리고 천문 시계 ‘일성정시’의 부품과 물시계 ‘자격루’의 부속품도 일부 나왔다. 이들 유물은 모두 세종시대의 과학기술을 보여 주는 흔적이다.
옛 한양 중심부에서 유물이 출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시점을 전후해 민주당 경선에 나서는 아홉 명의 예비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야권에서도 대권에 뛰어든 인사들의 레이스 경쟁이 본격화됐다.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천문’에서 세종과 장영실은 밤하늘을 보며 조선의 앞날을 그린다. 그들의 눈에 비친 ‘별의 순간’은 백성들이 읽고 쓸 수 있는 글자와 조선만의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의 발명이었을 것이다.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은 모두 세종 시대와 연관돼 있다. 신분을 초월해 장영실이라는 인재를 등용했던 세종의 혜안과 애민 정신이 낳은 결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그리는 ‘별의 순간’은 언제 무엇을 하는 때일까? 현란한 구호에 앞서 ‘천문’의 뜻처럼 스스로 ‘하늘에 묻는’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그러나 얼마 후 장영실은 임금이 타는 가마인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에 휘말린다. 이 일로 그는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죄명을 쓰고 곤장 80대 형에 처해진다. 모함에 의한 사건이었지만 장영실은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영화 ‘천문’에서 세종과 장영실은 밤하늘을 보며 조선의 앞날을 그린다. 그들의 눈에 비친 ‘별의 순간’은 백성들이 읽고 쓸 수 있는 글자와 조선만의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의 발명이었을 것이다.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은 모두 세종 시대와 연관돼 있다. 신분을 초월해 장영실이라는 인재를 등용했던 세종의 혜안과 애민 정신이 낳은 결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그리는 ‘별의 순간’은 언제 무엇을 하는 때일까? 현란한 구호에 앞서 ‘천문’의 뜻처럼 스스로 ‘하늘에 묻는’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