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질병
2021년 06월 25일(금) 03:00 가가
한때 배가 나오거나 살이 찐 사람을 부러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6·25전쟁 이후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시기에는 살집이 좀 있는 사람이나 덩치 큰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일부 국가의 남성은 아직도 약간 배가 나오고 피부 톤이 밝아야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살이 과도하게 찐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심지어 비만한 사람을 무조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박약한 것으로 치부하는 편견마저 생겨났다. 이는 한 개인의 비만이라는 현상을 그 사람의 직간접적인 습관의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만의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는 것이 기존의 관념이었다.
그러나 학계를 중심으로 비만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프랑스 식품영양학자 ‘피에르 베일’은 다이어트는 비만인이 혼자 열심히 칼로리를 따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붉은 살코기만 먹고 사는데 좀처럼 고혈압이나 혈관 질환 또는 암 등에 걸리는 일이 없다고 한다.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날마다 칼로리를 줄여도 비만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피에르 베일은 비만의 해결책을 사회 환경적인 문제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풀을 먹고 자란 소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데 이는 지방세포가 커지는 것을 막는 물질이다. 반면 축산업을 통해 길러지는 소는 ‘오메가6’가 많은 콩과 옥수수 등 사료를 먹는데 이는 지방세포를 키우는 성분이다. 채소도 마찬가지로 들판에서 자란 것에 비해 인공 비료로 길러진 것은 오메가6 성분이 많다. 이쯤 되면 비만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미 1995년에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은 당뇨·고혈압·고지혈증·암 등 온갖 심각한 질환까지 유발하는 명백한 질병이다. 질병의 치유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치매나 암 치료에 적극 개입하듯이 비만 치료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그러나 학계를 중심으로 비만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프랑스 식품영양학자 ‘피에르 베일’은 다이어트는 비만인이 혼자 열심히 칼로리를 따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붉은 살코기만 먹고 사는데 좀처럼 고혈압이나 혈관 질환 또는 암 등에 걸리는 일이 없다고 한다.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날마다 칼로리를 줄여도 비만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