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와 재개발
2021년 06월 24일(목) 03:00 가가
함바(飯場)라는 단어가 있다.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간이식당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일제는 과거 한반도를 집어삼킨 뒤 일본 기업과 일본인에게 이권을 주기 위해 곳곳에 대규모 공사판을 벌였다. 그리고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식사를 위해 함바를 지어 운영했다.
해방된 지 76년이 지났지만 함바라는 말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함바를 운영하는 것은 일정 기간 짭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뒷돈 거래가 당연시됐다. 함바 비리는 가장 추잡한 비리라고들 한다.
‘함바왕’ 유상봉(75) 씨가 과거 자신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과 이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를 최근 공수처에 고소(진정)했다고 한다. 유 씨는 함바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던 인물이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이 유 씨로부터 뇌물을 받아 징역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강 전 청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현금인출기로 무려 1만1878차례에 걸쳐 209억930여만 원을 인출해 경찰 고위 간부, 고위 공무원, 공기업 건설사 임직원 등 1000여 명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금품을 받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함바 비리가 이럴진대 사업비만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이 넘는 재개발 사업의 부패와 비리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1966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재개발 사업은 줄곧 말썽을 일으켰다. 원주민은 강제로 쫓겨나고, 철거업체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부패는 당연시 됐으며 도시는 아파트 공간으로만 획일화됐다.
정부도 지난 2019년 2월 뒤늦게 부작용을 인지하고,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을 위해 강력한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뿐이었다. 사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재개발 복마전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아파트 가격 이상 급등, 공공기관의 제 역할 방기, 사회 지도층의 도덕 불감증, 투기 만연, 양극화와 빈부 격차 등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함바왕’ 유상봉(75) 씨가 과거 자신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과 이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를 최근 공수처에 고소(진정)했다고 한다. 유 씨는 함바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던 인물이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이 유 씨로부터 뇌물을 받아 징역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강 전 청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현금인출기로 무려 1만1878차례에 걸쳐 209억930여만 원을 인출해 경찰 고위 간부, 고위 공무원, 공기업 건설사 임직원 등 1000여 명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금품을 받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