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를 생각하는 날들-최윤진 조대신문 편집국장
2021년 06월 22일(화) 04:00 가가
내뱉지 못하고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들이 있었는가 하면, 두 귀를 막아 애써 피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하는 말과 나를 향한 상대방의 말, 말과 말이 오가는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학보사의 주된 활동인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감상(感想) 때문이었다.
인터뷰이들에게 생판 모르는 남인 내가 몇 분, 몇 시간에 걸친 대화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판단하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서 묻어나는 단어, 목소리, 말투 등을 통해 얕게나마 그들이 어떤 사람이고 현재의 기분은 어떤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터뷰이의 눈치를 살피고 자연스레 넉살이 늘어난 이유기도 했다. 그렇게 상대방이 내게 호의적이든 아니든, 나는 웃으며 상대방의 비위를 맞췄다.
나 한 사람 편하자고 이러한 과정을 마냥 생략할 수는 없었다. 나보다 사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인터뷰이가 가지고 있는 정보, 지식, 지위, 생각 등을 포함한 기사가 작성돼야 마땅했다. 읽고 궁금증이 남아선 안 됐다.
그런데 이러한 대화는 비단 학보사 인터뷰 활동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 간 관계 맺기란 중요하다. 인간관계에서 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더구나 상하 관계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우리나라에서의 대화는 주고받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말에 그치기 쉽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폄하하고 폄훼하는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애써 수긍을 하고, 회피하거나 딴청 부리며 나를 지켜야 하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바로 저번 주 기사 작성을 마치고 탔던 택시 기사님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다. “이 시간대, 새벽에는 보통 주취자들이 많이 이용하죠?” “그렇지. ‘주취자’ 하니까 생각났는데 그런 손님들이 더러 있어. 술 마시고 마스크를 안 챙겼나 봐. 마스크를 써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데 어떤 손님은 자기가 술 먹느라 깜빡했다며 미안해 해. 그런데 어떤 손님은 도리어 막 화를 내. 마스크 안 쓴 손님 안 받는다고 내리라고 하면 그제야 미안해 하는데…. 기분은 이미 안 좋지.” 가볍게 시작한 대화의 끝에는 씁쓸함만 남아 있었다.
그에 반해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로 비슷한 시기 큰 위안을 얻은 친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바깥 활동, 성과를 내야 하는 대내외 활동, 취업을 위한 자격증 준비 등 친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우울과 관련해 전화 상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많은 도움이 됐냐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독여 줘 심적으로 엄청 편안하고 좋았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이란 건 그렇습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고, 그때의 기분 따라 흥, 또 다른 날에는 칫, 그런 것이니까 그저 고고하게 말없이 지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도 합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 ‘시선으로부터,’(정세랑, 2020)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과거 한순간의 느낌과 기분에 따라 누군가를 향해 툭 그리고 무심히 뱉고 만 말들에 대해 한참을 곱씹게 만드는 글이었다.
택시 기사님,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남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저런 경험들로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아주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무게의 말을 앞으로 계속 찾아 나가고 싶다.
그런데 이러한 대화는 비단 학보사 인터뷰 활동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람 간 관계 맺기란 중요하다. 인간관계에서 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더구나 상하 관계의 위계질서가 확실한 우리나라에서의 대화는 주고받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말에 그치기 쉽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폄하하고 폄훼하는 말에 반박하기보다는 애써 수긍을 하고, 회피하거나 딴청 부리며 나를 지켜야 하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그에 반해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로 비슷한 시기 큰 위안을 얻은 친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쉽지 않은 바깥 활동, 성과를 내야 하는 대내외 활동, 취업을 위한 자격증 준비 등 친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우울과 관련해 전화 상담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많은 도움이 됐냐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독여 줘 심적으로 엄청 편안하고 좋았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이란 건 그렇습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앞뒤가 안 맞고, 그때의 기분 따라 흥, 또 다른 날에는 칫, 그런 것이니까 그저 고고하게 말없이 지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도 합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 ‘시선으로부터,’(정세랑, 2020)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과거 한순간의 느낌과 기분에 따라 누군가를 향해 툭 그리고 무심히 뱉고 만 말들에 대해 한참을 곱씹게 만드는 글이었다.
택시 기사님,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남고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 내게 위로와 위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저런 경험들로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아주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무게의 말을 앞으로 계속 찾아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