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식객’
2021년 06월 15일(화) 04:00 가가
지난 2017년 7월 27일부터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간담회. 이때 식탁에 오른 황태절임과 바지락비빔밥은 임지호 셰프가 자신의 철학을 담아 선보인 음식이었다. 한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와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루어 내는 비빔밥처럼,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상생’하면서 ‘공존’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정치도 음식과 똑같다. 우리가 음식을 한 쪽으로 치우쳐서 먹으면 몸이 냉해지거나 화상을 입는다.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강화도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도 ‘자연요리 연구가’인 임 셰프는 자신의 음식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적 집을 나왔던 그는 학교나 주방이 아닌 ‘길’에서 요리를 배웠다. 특히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이 그의 식재료였다. 그래서 ‘늘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고 했다. 그의 가슴 한 편은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세 살 때 자신을 친부에게 맡기고 돌아가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생모와 군 복무 중일 때 돌아가신 양모에게 큰 빚을 졌다고 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자락의 한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대하는 그의 따뜻한 모습은 지난해 가을 개봉한 자전적 다큐 ‘밥정’(감독 박혜령)에 잘 묘사돼 있다. 그는 “음식을 한마디 말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배려와 나눔’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눔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나눔의 씨앗은 나중에 열매로 크게 돌아올 것이다. 나의 최종적인 꿈이자 종착지는 나눔이다.”
‘방랑 식객’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임 셰프가 지난 12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취재차 딱 한 번 만났지만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재미’와 ‘힐링’을 안겨 주었던 그의 홀연한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밥은 정(情)이다.” 그가 자신의 음식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 주고자 했던 어머니의 심장 박동이 담긴 ‘밥정’이었다. 하늘에서도 나눔의 큰 뜻을 펼치시기를 빈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어릴 적 집을 나왔던 그는 학교나 주방이 아닌 ‘길’에서 요리를 배웠다. 특히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이 그의 식재료였다. 그래서 ‘늘 자연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고 했다. 그의 가슴 한 편은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세 살 때 자신을 친부에게 맡기고 돌아가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생모와 군 복무 중일 때 돌아가신 양모에게 큰 빚을 졌다고 했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