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도우미
2021년 06월 11일(금) 05:00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부모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출근 시 애를 맡아 줄 사람이 있다면 천운이다. 흔히 친인척을 찾거나 그도 안 되면 가사 도우미를 구하는 게 보통이다.

가사 도우미는 아이를 돌봐 주고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등 그 중요도만 놓고 보면 가족 구성원과 다를 바 없다. 도우미는 과거 식모로 불렸을 만큼 천시받거나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그 명칭도 70년대 말~90년대 초 가정부·파출부를 거쳐 2000년대 이후 가사 도우미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가사 노동의 전문성과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가사 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명칭이 ‘가사 근로자’로 변경되었다. 정부 인증 노동자의 경우 4대 보험 보장 등 근로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사 도우미는 50~60년대만 해도 ‘식모’(食母)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식모는 노비 해방이 이뤄진 1920년대 시기에, 가난한 부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부잣집에 입주해 집안일을 하던 데서 생긴 직업이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고아나 미망인이 늘면서 한층 일반화됐다.

식모살이의 어려움을 보여 주는 소설이 있다. 1963년 발간된 손창섭의 세태 소설 ‘인간교실’이다. 5·16 쿠데타로 실직자가 된 ‘주인갑’이 그의 두 번째 처와 전처 소생의 딸을 데리고 ‘보순이’로 불리는 식모와 함께 서울 흑석동 주택에서 살아가는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에는 이런 내용도 보인다. “8월 생활비/ 주식비 2000원, 부식비 3000원, 연료비(연탄) 350원, 가장 용돈 1500원, 주부 용돈 1500원, 의복비 1500원, 인건비(식모) 600원, 수도 전기 500원” 식모 ‘보순이’의 한 달 급여가 수도 전기세와 비슷하고, 주부 용돈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정생활에서 육아와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법률과 상관없이 가정생활을 도와주고 아이를 돌봐 주는 가사 근로자들을 편견 없이 가족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사용자의 태도가 요구된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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