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맹시(變化盲視)
2021년 06월 09일(수) 02:00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현재 여권의 위기 상황을 ‘변화맹시’(變化盲視, change blindness)라는 한마디 말로 규정했다. ‘변화맹시’는 주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선행적 경험이나 주관적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해 의도적으로 한 부분을 변화시켜도,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촛불 정국’ 이후 2017년 대선 승리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한 대통령의 임기 중 여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및 총선까지 승리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민심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더 겸손하고 더 치열하게 혁신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였어야 했다. 높은 지지율에 취한 나머지 오만함이 앞선 것이 중도층의 민심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그동안 진보 성향을 보였던 ‘2030’ 젊은 세대의 민심 변화를 세심하게 읽어 내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변화맹시’가 아닌가 싶다.

최근 진행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고 있는 30대 이준석 당 대표 후보의 열풍 역시 기성 정치권이 보여 준 ‘변화맹시’의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정통 보수 정당의 대표를 뽑는 당 대표 선거에서 30대 젊은 후보의 파죽지세는 여의도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의원 경험조차 전혀 없는 이 후보가 보수의 중심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것은 그만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민심이 빠르게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 것이다.

이준석 돌풍은 그동안 보수층이 연령대가 높은 60대 이상이었다는 기존 상식을 깨트렸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빠르게 변화하는 신세대의 흐름을 ‘변화맹시’로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 정치권은 이를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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