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
2021년 06월 08일(화) 02:10 가가
오는 11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이준석 돌풍’의 현실화 여부다. 그는 예비경선을 압도적 1위로 통과한 데 이어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타 후보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본선은 예비경선과는 달리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30%로 줄어들고 당원 투표가 70%나 반영된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당선을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30대로 원외인 그가 보수 정당의 당 대표에 당선되는 초유의 사건이 현실화된다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이준석 돌풍의 배경에는 정치권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합리적 보수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심, 그리고 무능한 진보 정권에 대한 2030 세대의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 돌풍이 현실화된다면 기득권 보수·꼰대 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의힘이 혁신의 진원지로 부상하면서 내년 대선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젊고 똑똑하지만 자기중심적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가 제1야당 대표가 되면 과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보듬고 대선 국면을 잘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분열의 시대를 감싸 안을 포용적 리더십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당선은 당내 중진들과의 불화는 물론, 세대 간 분열 등을 촉발시키면서 국민의힘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이준석 돌풍은 무기력증에 빠진 호남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에는 30대는 물론 40대도 보이지 않는다. 지역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60대가 절반에 이를 정도다. 광역·기초단체장 29명 가운데 40대는 김병내 남구청장 단 한 명뿐이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문제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적 노쇠화다. 그런 측면에서 이준석 돌풍은 잠들어 있는 호남 정치권을 깨우는 죽비와 같은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호남 정치권이 과감한 도전과 응전을 통해 미래 이슈를 선점, 진보 진영의 핵심 동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