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아이들
2021년 06월 03일(목) 02:00 가가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잊지 못할 공연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동안 ‘광주 5월’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들이 많았던 데 비해, 이 연극은 ‘5월’을 지움으로써 더 많은 광주의 이야기를 건넨 무대였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독특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객석 등을 활용해 관객을 작품 깊숙이 끌고 들어가는 이 연극을 매년 더 많은 사람이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작품 팸플릿을 읽으면서 울컥하기는 또 처음이었다. 연출가·극작가·배우와 아시아문화원 스탭들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작품을 떠올릴 때면 나는 또 하나의 장면을 함께 기억할 것 같다.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멀리 충남에서 초등학생들이, 그것도 코로나로 어려운 이 시기에 ‘오월’을 공부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마웠다. 한데 이 아이들은 후배들인 5학년 학생들이 내년에 사용할 5·18광주민주화운동 교재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시작된 이날 광주 현장 학습은 5·18기념재단 방문, 연극 관람, 전일빌딩 245 탐방, 양동시장 방문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만남을 통해 5·18 41주년 주제 ‘오월, 시대와 눈 맞추다 세대와 발맞추다’를 다시 떠올려 봤다. 학생들을 인솔한 선생님은 “아이들이 광주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하고, 교재를 만들며 좀 더 길게 더 자주 광주를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이 제작한 ‘오월 교재’를 받아든 5학년 아이들은 거기에 또 자신들의 오월 이야기를 붙여 후배들에게 전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월이 일상으로 스며들고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면 좋겠다.
선생님에게 전해 주기 위해 아이들 기사가 실린 신문을 챙기면서, 우편으로 함께 보낼 기념품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부탁했다. 기록관 직원은 또 “아이들과 선생님이 너무 고맙다”며 “이게 바로 5·18 전국화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지 등 기념품을 하나라도 더 챙겨 주려 했는데 그러한 직원의 마음이 곧 광주의 마음이지 않을까. “거산초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학부모님, 고맙습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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