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름으로’
2021년 06월 01일(화) 05:00 가가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 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죄는 바로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한 것입니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 ‘오채근’(안성기 분)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한 일을 잊지 못한 채 40여 년 동안 괴로워한다. 그의 고백은 당시에 발포 명령을 내렸던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그들에게 정말 묻고 싶습니다. 그런 짓을 하고도 맘 편히 살 수 있는지….”
최근 개봉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의 한 장면이다. 이전 영화와는 달리 가해자인 공수부대원을 주인공으로 한 이번 영화는 ‘진정한 반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 영화는 70% 가량을 광주에서 촬영했는데, 광주 시민들은 식당 등 촬영 장소를 제공하거나 ‘재능기부’로 단역과 엑스트라를 맡기도 했다.
한데 이번 영화 개봉을 전후로 실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7공수여단 부사관 출신의 70대가 광주를 찾아 자신이 사살한 민간인(당시 25살)의 유족에게 사죄한 것이다. 3공수여단의 한 예비역 소령 또한 41년 만에 5·18 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했다.
5·18을 소재로 한 최초의 35㎜ 영화 ‘부활의 노래’에 이어 30년 만에 5·18영화를 또다시 만든 이정국 감독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그 사람이 사죄하는 것을 보고 우리 영화와 너무 비슷해 소름이 돋았다”면서 “5·18로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영화로나마 풀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군인들이 70대로 변할 만큼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발포 책임자 규명과 암매장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 절실하다.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채근’ 캐릭터 같은 많은 군인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하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을 소개한다. “악행(惡行)에 대한 고백은 선행(善行)의 시작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군인들이 70대로 변할 만큼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발포 책임자 규명과 암매장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당시 계엄군으로 광주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 절실하다.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채근’ 캐릭터 같은 많은 군인들의 양심선언을 기대하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을 소개한다. “악행(惡行)에 대한 고백은 선행(善行)의 시작이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