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머니즘
2021년 05월 25일(화) 04:00 가가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진앙지가 기존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아시아와 남미 및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은 의료 및 방역 체제가 미비한 데다 백신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개발국이 밀집해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 접종 인구가 전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 등에서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EU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과 글로벌 제약사들이 저개발국에 대한 백신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열린 ‘글로벌 보건 화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중·저소득 국가에 최소 1억 회분의 백신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아울러 아프리카의 백신 생산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약 1조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등도 국제 원조 등을 통해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화이자, 모더나, 존슨 앤 존슨 등 백신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내년까지 저개발국에 최대 35억 회분의 백신 물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 제약사는 해당 물량을 원가 또는 그 이하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2년 말까지 세계 인구의 60%에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 아래 56조300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코로나19 종식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종·민족·종교 등을 넘어 재앙적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하는 인류의 ‘휴머니즘’이 발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사학적으로 보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는 인류와 문명이 지속될 수 있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인류의 휴머니즘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가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
역사학적으로 보면 타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는 인류와 문명이 지속될 수 있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인류의 휴머니즘이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가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서울취재본부장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