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희 광주대 문예창작과 2학년] 영화 ‘미나리’, 한국 영화일까 미국 영화일까
2021년 05월 25일(화) 00:00
‘기생충’에 이어 영화 ‘미나리’가 미국 영화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으로 2관왕을 차지했으며, 출연 배우인 윤여정은 제46회 LA 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신인배우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권위 있는 국제영화제에서 굵직한 상들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의 쾌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미나리’가 받은 상의 이름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미국 드라마 장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지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미국 영화가 아닌 외국 영화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미국 드라마 장르’로 취급되기도 하고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작 영화는 한국어와 영어가 번갈아 나오는데 말이다. 이 글의 첫 문단에서 쓴 ‘한국 영화’라는 표현을 정정해야 할 것 같다. 과연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일까, 아니면 미국 영화일까.

‘미나리’를 촬영한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여권상 이름은 리 아이작 정(Lee Isaac Chung)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사람인 것이다. 출연 배우 또한 미국 국적(또는 이중 국적)과 한국 국적으로 나뉜다. 한국 배우로는 드라마 ‘녹두전’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고 이 영화에서 모니카 역을 맡은 한예리가 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얼굴을 알 만한 순자 역을 맡은 중년 배우 윤여정이 있다. 또 다른 영화 출연자 중 남자 주연 배우는 드라마 ‘워킹데드’와 한국영화 ‘버닝’에 출연했던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 주연 배우의 아들과 딸로 열연한 ‘데이븐’ 역의 앨런 김과 ‘앤’ 역을 맡은 케이트 조는 모두 한국계 ‘미국’ 배우다.

영화에서 쓰는 대사는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 있다. 배우 또한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으로 나뉜다. 언어와 배우의 국적 모두 어느 한쪽의 영화라고 하기가 모호하다. 그렇다면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는 어느 나라의 회사일까. 영화 ‘미나리’는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가 대표로 있는 플랜 비(Plan B)에서 제작을 맡았다. 약 2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 제작비이지만 명백히 미국 자본이다. 제작사가 미국 회사이니 미국 영화라고 봐야 한다는 논리라면 중국 회사의 PPL을 받아 중국 자본이 들어간 한국 드라마까지 중국 드라마라고 봐야 할까?

이 영화가 어느 시상식에서는 미국 영화로 취급받고, 어느 시상식에선 외국어 영화로 취급받자 이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었다. 당연하다. 이 영화는 어떠한 기준으로 봐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미나리’가 한국 영화인지 미국 영화인지는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 영화는 이민 가정의 혼란스러운 정체성 고민 속에서 따뜻한 인류애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과 ‘국적’이 아닌 ‘휴머니즘’ 그 자체가 중요한 키워드이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 ‘미나리’가 한국 영화인지 미국 영화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인종이나 국가에 가둬 보지 않고 넓은 시야로 보는 일이다. 국경이 없는 동영상이 유통되는 21세기에 아직도 언어와 배우로 영화에 국적을 가려 장르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

영화 ‘미나리’는 잔잔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이고, 우리 또한 앞으로 나올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국적을 따지지 않고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문화를 향유하는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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