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강(江)’
2021년 05월 24일(월) 04:20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2019)라는 책이 있다. 색상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는데, 컬러 컨셉터인 이호정이 미국 ABC뉴스에서 방영된 실험을 소개하는 대목도 그중 하나다. 아무 맛이 없는 젤리에 빨강·노랑 등 여러 가지 색상을 첨가해 아이들에게 맛을 보게 하는 실험이다. 아이들은 빨간색 젤리에서는 딸기와 체리 맛이 나고, 노란색 젤리에서는 레몬 맛이 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례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인간의 뇌가 빨강은 단맛에, 노랑은 신맛에 연계해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는 분석이다. 시각은 인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감각이다. 대략 80%를 시각에서 얻는데, 그것의 80% 또한 색상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수십 마디 말보다도 색상은 더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타벅스 로고는 바다의 여신을 상징하는 초록이며, 세계적인 음료 콜라는 캐러멜이 첨가된 검정색이 브랜드인 것은 모두 색의 심리와 연관돼 있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장성 황룡강을 찾았다. 안개초와 금영화 등 10억 송이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강변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국화에 덮여 노란색 물결을 이루는데, 용의 전설이 깃든 황룡강은 생명과 정취를 품은 강으로 변신한다.

외국에서도 색 마케팅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하얀 배경에 파란색이 인상적이며, 독일 베를린은 회색의 도시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색채 기업 팬톤은 2020년 올해의 색으로 ‘클래식 블루’를 선정하면서 ‘안정적 기반을 지니고 싶어 하는 우리의 염원에 부응하는 컬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색상이 언어를 넘어 상품의 가치를 상징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장성은 황룡강변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의 컬러 마케팅을 시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해마다 5월이면 홍길동 축제에 맞춰 열리는 꽃 잔치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열지 못했다. 그래도 ‘옐로우 시티’를 표방한 창의적 접근은 그렇게 아름다운 ‘꽃강’을 낳았다. 바야흐로 색상이 자원이 되는 시대다. /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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