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 경례’
2021년 05월 20일(목) 03:00
지난 3월 문을 연 갤러리 포도나무(광주 양림동 백서로 79-1)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작은 공간이다. 개관 기념전이었던 ‘새 봄 제비를 부르다-월간 잡초’ 전은 소박하고 의미 있는 전시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금 갤러리 포도나무에는 전 세계에서 보내온 250여 점의 작품이 프린트 돼 걸려 있다. B5 크기의 아주 작은 그림들이지만,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품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투쟁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림에는 ‘똑같은 동작’들이 보인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강아지가, 심지어 무생물인 컵과 텀블러가 취하고 있는 동작도 모두 같다.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을 펴서 하늘을 향하는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세 손가락 경례’는 동명의 공상과학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정권 ‘캐피톨 시티’의 지배에 맞서는 혁명군의 불복종 표현이자 이들에 대한 지지 표명의 상징이었다. 이후 태국의 민주화 시위와 홍콩의 우산혁명에 이어 미얀마 시위에 사용되고 있다.

1980년 5월을 겪은 광주 사람들에게 미얀마는 ‘2021년의 광주’로 읽힌다. 광주·전남 작가들은 그 어느 지역 예술가들보다 먼저 연대의 깃발을 들고 미얀마 사진전과 미술 전시회 등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갤러리 포도나무 전시는 미얀마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설립한 ‘RTF’(Raise Three Fingers)와 협업해 진행하는 기획이다. 미얀마 예술인들의 호소에 영국 프로만화가협회, 광주 민미협 회원 등 전 세계 예술가들이 화답하며 속속 온라인으로 작품을 보내와 시드니 등에서 동시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세 손가락’ 그림을 보니 새삼 뭉클해진다. 전시장에는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어 있다. 1만5000원에 프린트를 구입하면 RTF의 싱가포르 계좌로 전액 송금된다. 작은 마음이라도 보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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