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과 소통
2021년 05월 17일(월) 02:00 가가
“허기진 개 앞에 먹이가 놓여 있다. 하지만 개와 먹이 사이엔 길고 높은 철망이 있다. 개는 철망을 넘어갈 수도, 철망을 뚫을 수도 없다. 배고픈 개는 어떻게 했을까. 먹이를 본 개는 철망에 몇 번 머리를 부딪쳐 보다가 문득 멈춘다. 그리고 한 동안 멍한 자세로 있더니 곧바로 철망을 빙 돌아가 먹이를 먹는다.”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1887~1967)가 설명하는 ‘통찰’의 과정이다.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쳐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또는 직관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방식이 통찰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찰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핵심적인 덕목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지도자라면 국내는 물론 주변 국가의 복잡한 갈등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풍부한 경험과 올바른 사색으로 녹여 내 마찰을 줄이거나 분쟁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찰은 주관적인 느낌이 강하다. 한 개인이 오감을 통해 평생 동안 보고 듣고 느끼며 쌓아 온 직접적인 경험 그리고 독서 등 교육을 통해 간접적으로 습득한 지식 등이 통찰의 방향이나 종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통찰의 한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통찰만으로는 ‘더 큰 문제-빅 퀘스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대통령에 필요한 덕목’을 질문받은 문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도 “옛날엔 (시대정신을) 개인적인 통찰력을 통해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보다는 공감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결국은 국민의 집단지성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국민들과 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시대정신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개인적인 통찰력보다는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개인적인 통찰의 한계를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의 덕목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uu.co.kr
개인적인 통찰력보다는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개인적인 통찰의 한계를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의 덕목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u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