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식사
2021년 05월 14일(금) 03:30 가가
군량미, 즉 병사에 대한 급식 문제는 사극(史劇)이나 전쟁영화 등에 곧잘 나오곤 한다. 장기전에서 적군의 보급로를 차단해 고사시킨다거나 군율을 세우기 위해 군량미를 빼돌린 병사를 참수하는 등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끈다.
기록상으로도 고대든 중세든 군량미를 빼돌린 죄는 중대범죄에 해당해 거의 참형에 처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삼국지에도 조조가 군량미를 횡령한 장수를 참수하는 장면이 보인다. 조조의 군대가 원술을 토벌하러 나섰을 때였다. 조조는 군량미가 떨어지자 급식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에 군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자 조조는 급식 담당 장수인 ‘왕후’가 군량미를 빼돌렸다며 그의 목을 베어 버린다. 횡령한 자를 처단함으로써 군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전투를 독려한 것이다. 이로써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사실 왕후는 억울했다. 실제로 군량미를 횡령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조조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부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군량미에 관한 기록이 자주 보인다. 1594년 7월3일 자에는 ‘각 배에서 여러 번 군량을 훔친 자를 처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같은 해 9월11일 자에는 ‘남평의 색리와 순천 격군으로 세 번이나 군량을 훔친 자들을 처형했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서 색리는 감영(監營) 또는 군아(郡衙) 등의 곡물을 관리하는 아전이며, 격군은 노 젓는 수부를 말한다.
처형된 자들의 죄목은 모두 절도죄였다. 하지만 훔친 쌀을 팔았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 점을 보면 병졸들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쌀을 훔쳤음이 분명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순신이지만 군량은 전투식량이요 군율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일벌백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알려진 군부대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방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장병들의 부실 급식 온라인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예산 부족 때문이라면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나폴레옹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군대는 잘 먹어야 진격한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
그러자 조조는 급식 담당 장수인 ‘왕후’가 군량미를 빼돌렸다며 그의 목을 베어 버린다. 횡령한 자를 처단함으로써 군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전투를 독려한 것이다. 이로써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사실 왕후는 억울했다. 실제로 군량미를 횡령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조조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부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최근 알려진 군부대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국방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장병들의 부실 급식 온라인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예산 부족 때문이라면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나폴레옹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군대는 잘 먹어야 진격한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