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행기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2021년 05월 11일(화) 20:30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10개월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이후 벌써 4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성과에 대한 결산의 시기도 눈앞에 닥친 셈이다.

촛불 혁명에 힘입어 19대 대통령에 취임한 문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특권과 반칙 그리고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사에서는 특히 임기 중 정부의 모든 정책을 관통할 중요한 원칙을 제시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저 유명한 발언이 그것이다.



민주정권 재창출 포기할 수 없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닥치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손에 손에 촛불을 켜 들고 구름처럼 모여든 국민은 새 정부가 약속한 ‘평등·공정·정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환호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 세 단어로 이뤄진 시대정신이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현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대통령이나 정권이 제시한 ‘시대정신’의 발현 정도 또는 임기 중 성과에 대한 평가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론조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정치 시스템이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국민도 이 여론조사 평가 결과를 하나의 ‘추세’로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정 지지율이 잇따라 최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신력을 지닌 여러 뉴스 매체에 보도되고 재확산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일반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 구체적인 추세로 수렴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접어 버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임기가 ‘10개월이나’ 남아 있지 않은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그의 책 ‘법철학 강요’(1820)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고 말했다. 헤겔은 또 ‘어떤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을 ‘시대정신’(Zeitgeist)이라 이름 지었는데 “그 시대정신은 한 시대가 끝날 때에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혜로운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비유를 통해 한 시대나 한 정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시대 또는 그 정부가 마무리된 뒤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평가 역시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국정지지율 비록 떨어지고 있지만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정권 재창출의 핵심’ 역할은 역시 ‘민주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호남에 숙명처럼 맡겨져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지난 3일과 4일, 그리고 6일과 7일 등 총 4일간 전국 18세 이상 2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 광주·전라권에서는 긍정평가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64.3%를 기록했다. 한때 지지율이 80%를 넘나들며 고공비행하던 시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전국 평균 긍정평가 36%에 비해 갑절 가량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 지지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57.2%를 기록, 전체 평균인 30.2%보다 27%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는 잇따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차갑게 식어 가는 화로라 하더라도 그 안의 회색빛 재 깊은 곳에는 벌건 불씨가 남아 있는 것처럼, 정권의 심장부 호남에 민주정권의 맥을 이을 마지막 원동력이 숨어 있는 셈이다.

‘광주정신’과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민주 정권 재창출 여부는 앞으로 남은 10개월에 달려 있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신임 송영길 당대표를 비롯한 여권 국회의원들과 대선 잠룡들이 맡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린 광주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려는 간절한 노력이 있어야만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2022년 3월 9일 투표가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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