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시간씩 나홀로 집에…“반려동물도 외로워요”
2021년 05월 10일(월) 19:15
<31>우리집 반려동물, 외롭진 않나요?
반려가구 75% “혼자두고 외출한 적 있다”
1인·맞벌이 가구 최대 7시간 20분 ‘나홀로’
분리불안·배변 장애 등 건강상태 자주 확인
규칙적 산책으로 스트레스·불안감 낮춰줘야

주말 가족들과 산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반려견.

만 4살이 넘은 말티즈 사랑이는 ‘외로울 틈이 없는’ 반려견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는 중학생인 언니와 초등학생이던 오빠의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한시도 혼자 있던 적이 없었다. 가족들이 집에 있을 때는 언제나 졸졸 따라다니며 붙어있다 보니 ‘껌딱지’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였다.

올해 새학기가 시작되고 언니 오빠의 등교 수업일이 많아지면서는 매일 4~5시간은 혼자서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됐다. 외로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집안에 설치해 둔 가정용 CCTV를 통해 살펴본 사랑이는 우려와는 달리 안정된 모습이었다.

언니와 오빠 방을 번갈아 기웃거리더니 익숙한 듯 엄마의 체취가 배인 옷가지 위에 누워 잠이 든다.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에 이르른다.

사랑이는 어떤 마음으로 가족들을 기다릴까. 조용히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건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가족을 기다리는 건지 사랑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매일 6시간 집에 혼자있는 반려동물

우리나라 반려동물 4마리 중 3마리는 사랑이처럼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말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했다.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통계청 2019 인구주택총조사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정보 현황,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추정한 수치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문화 확산과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변화가 있을까.

반려가구의 75.3%는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남겨두는 경우가 있다고 응답했다. 2018년 84.3% 보다 감소한 수치로,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으로 2018년 6시간 3분에 비해 다소 줄었다.

이 가운데 반려견 가구는 5시간 22분, 반려견에 비해 독립적 성향이 강한 반려묘 가구는 하루 평균 6시간 33분 집에 혼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유형별로 1인가구와 맞벌이가구의 사례가 높았다.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긴 경우는 1인가구로 하루 평균 7시간 20분이었으며 2018년(5시간 40분) 보다 오히려 늘었다.

혼자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반려인의 72.8%는 반려동물 양육용 전자제품을 활용하거나 위탁시설에 맡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TV나 조명 켜놓기, 자동 먹이공급장치 설치하기 등은 비슷한 추세였으며 냉·난방기를 가동하거나 CCTV를 설치한 가구는 3년 전보다 늘었다.



◇반려견 혼자두고 외출할 때 체크 사항

혼자사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가정의 경우 반려견을 두고 집을 비우는데 대한 죄책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혼자사는 사람이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자나 전문가들은 너무 어린 강아지를 오랜시간 혼자 두어야 할 경우에는 입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얘기한다. 본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우는 반려동물이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외로움을 겪어야 하는 건 반대한다는 의미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애견유치원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이미 입양해서 함께 지내고 있는 반려동물이라면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반려견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늘 잘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동물이다 보니 막상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살펴보는게 좋다. 분리불안이나 과도한 짖음, 배변 장애, 식분 증상,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문제점은 없는지도 확인한다. 문제점을 발견한다면 인내심을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훈련과 치료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랜시간 혼자 두고 외출을 할 경우 탈이 없이 기다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물과 식사 준비는 기본이다. 혼자 있을 때 개가 잘못해서 엎어버리지 않도록 뒤집기 어려운 용기에 넣어둔다. 특히 여름철에는 물이 부족할 경우 탈수 증세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평소 마시는 양보다 조금 더 많이 준비해둔다. 물 그릇은 자주 씻어주고 신선한 물로 교체해준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물과 식사를 얼마만큼 섭취했는지 확인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온도 관리도 필수다. 환기가 될 수 있도록 문을 살짝 열어두고, 외출하기 전 에어컨 전원을 켜서 온도 변화를 확인 후 냉방을 설정해준다. 반려견이 잠자는 곳에는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노령견이거나 질병 등으로 간병이 필요한 반려견이 있는 경우 가능한 한 필요없는 외출은 피하고, 외출을 하더라도 혼자 두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불가피하게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할 경우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펫시터, 동물병원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짧은 시간 외출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도록 옷이나 이불 등 반려인의 체취가 배어있는 물건을 남겨두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지 않도록 노즈워크로 간식을 찾아먹게 한다거나 평소 가지고 놀지 않는 특별한 장난감을 주고 외출하는 방법도 있다. 규칙적인 산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불안감을 낮춰주는 것도 좋다.

/글·사진=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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