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2021년 05월 10일(월) 05:00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흔히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대 민족의 속담 중 하나다. 신의 본성인 전지전능(全知全能)이나 무소부재(無所不在)를 어머니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모성이 지닌 희생과 가치가 위대하다는 뜻일 게다.

지난 2008년 나온 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신경숙이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다. 서울역에서 자식의 집에 가려다 남편의 손을 놓쳐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가족들이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들은 하나하나 기억을 복원해 가며 애써 잊고 있었던 엄마의 존재를 생각하게 된다.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줄 거라 여겼던 엄마의 부재는 자식들에게 엄마를 새롭게 보게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나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동화작가 정채봉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시다. 두 살 때 엄마를 여의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던 작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중략)/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중략)/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시인에게 아니 모든 이에게 엄마는 그렇듯 억울한 일을 일러바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5월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이 많다. 그러나 부모 자식 간에도 끔찍한 범죄가 적잖이 발생하는 현실 속에서 1인가구나 비혼의 급격한 증가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사뭇 약화된 듯하다. 여기에는 물론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상당 부분 ‘모성 상실’을 원인으로 꼽는 이들도 없지 않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이 쓴 ‘작가의 말’ 중 한 대목이 떠오른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사회는 개인에게 개인은 사회에게, 서로 엄마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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