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워야 산다
2021년 05월 07일(금) 00:00
야구에서 타격을 가리켜 흔히 ‘3할의 예술’이라 한다. 열 번 휘둘러 세 번만 성공해도 찬사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 투수가 던진 공을 배트로 정확하게 맞춰 수비수 아홉 명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도 이렇게 말했다. “타격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기술이며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타격의 기본은 ‘다운스윙’이다. 어깨 높이로 배트를 쥔 타자가 투수의 공을 최단거리로 때려 내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스윙을 해야 한다. 그래야 투구 속도와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의 위쪽에 맞아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배트가 지평과 같은 궤적을 그리는 ‘레벨스윙’을 가장 이상적인 스윙이라 한다. 공과 배트가 만나는 지점이 커져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윙의 시작과 끝이 똑같은 높이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 또한 지면과 수평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레벨스윙이란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선수들은 대부분 살짝 올려 친다.

최근에는 어퍼컷스윙을 통해 타구의 발사각도를 높이는 ‘플라이볼 혁명’(fly ball revolution) 바람이 불고 있다. 수비 시프트가 발전하면서 땅볼을 치면 아웃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등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어퍼컷스윙은 홈런이나 2루타 등 장타 가능성을 높여 준다.

KIA 타이거즈가 극심한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6경기에서 팀 홈런은 딱 다섯 개. NC 다이노스의 알테어가 혼자서 친 열한 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공포의 ‘대포 군단’이었던 KIA에 장타는 사라지고 땅볼만 난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플라이볼 혁명의 전도사인 LA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는 “땅볼을 때려서는 장타를 칠 수 없다. 장타를 원하면 일단 공을 띄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테드 윌리엄스도 이런 말을 남겼다. “타구를 세게 쳐서 공중에 띄워라. 거기에 돈(성공)이 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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