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왕자’
2021년 05월 05일(수) 23:00 가가
며칠 전 동화 ‘애린왕자’(도서출판 이팝)를 접했다. 잘못 쓴 게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 그 ‘어린왕자’(1943)가 맞다. 서점에서 처음 ‘애린 왕자’라는 제목과 ‘갱상도’라는 단어가 적힌 책 표지를 봤을 땐 “이게 뭐지?”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먹는 유명한 삽화에 이어 “저기…… 양 한 마리만 기레도”라며 등장하는 어린왕자의 모습이라니.
‘어린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바꾼 ‘애린왕자’에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글귀들이 사투리로 변형돼 실렸다. “4시에 니가 온다카믄, 나는 3시부터 행복할끼라. 4시가 되모, 내는 안달이 나가 안절부절 몬하겠제.” “내 비밀은 이기다. 아주 간단테이. 맘으로 바야 잘 빈다카는 거.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사막이 아름다븐 기는, 어딘가 응굴(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데이” 등등. 간혹 모르는 사투리가 있긴 했지만,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어서인지 재밌게 읽었다.
원래 ‘애린왕자’는 각국의 독특한 언어로 출간하는 독일 출판사 틴텐파스에서 지난해 6월 낸 책이다. 출판사는 고대 이집트어나 심지어 모르스 부호로도 ‘어린왕자’를 번역해 펴냈다고 한다. 마침내 국내판이 나온 건 지난해 12월로, 포항 출신인 번역자 최현애(38) 씨가 차린 1인 출판사에서 펴냈다. 최 씨는 “독일 출판사에 출간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표준어’에 대해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표준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사투리를 순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 왔다. 코로나19로 ‘로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진 건 다행이다.
‘어린왕자’ 전라도 사투리 버전도 곧 출간되는 모양이다. 잘 모르긴 하지만 ‘어린왕자’는 전라도 사투리로도 ‘애린왕자’로 번역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목이 중요할 터인데, 더 적합한 전라도 말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사실, 이 글을 전라도 사투리로 한번 써 보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어린왕자’ 전라도 사투리 버전도 곧 출간되는 모양이다. 잘 모르긴 하지만 ‘어린왕자’는 전라도 사투리로도 ‘애린왕자’로 번역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목이 중요할 터인데, 더 적합한 전라도 말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사실, 이 글을 전라도 사투리로 한번 써 보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