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2021년 04월 28일(수) 06:00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이나 실패를 거울삼아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얻을 때 우리는 흔히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도 어떤 교훈을 얻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한다는 뜻이다.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인데도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잘 모르는 듯싶다. 최근 치러진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들의 행태만 봐도 그렇다.

다 알다시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참패를 당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뒀다. 민심은 여당에게 ‘회초리’를 들었으며 야당에게는 ‘기회’를 주었다. 여당은 그동안 ‘촛불 민심’에 힘입어 정권을 얻고, 174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면서 승승장구했다. 여당이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막말’과 극우보수 노선으로 치닫는 국민의힘에 대한 성난 표심의 심판이었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이후 뚜렷한 리더십 없이 정치적·이념적 노선에서 일관성을 찾지 못하면서 정당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가만히 있어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이 내부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 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이 21대 총선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힘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의 잇따른 실패와 일부 여권 인사들의 불공정 논란이 이어지면서 민심이 돌아섰다. 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양당 모두 “국민의 뜻을 받들어 쇄신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야당의 과거 회귀 현상에 국민은 경악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목소리 등으로 ‘도로 한국당’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전직 대통령 사면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초선 의원들까지 나서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다음 달 있을 전당대회 분위기에 묻히는 것 같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 역시 내년에 치러진다. 이제 여야 모두 상대를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때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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