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2021년 04월 27일(화) 05:30 가가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 또는 그런 국면을 ‘총체적 난국’(總體的 難局)이라고 한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경기 침체와 치안 불안 등 악재들이 겹치자 박희태 대변인이 이 표현을 쓰면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의 여권 상황 역시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역대 최대의 참패로 막을 내린 4·7 보궐선거는 여권에 대한 전국적인 민심 이반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 대승에 취해 ‘20년 집권론’까지 거론했던 여권에 ‘무능과 오만’의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정권 재창출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여권을 둘러싼 상황은 실제로 녹록치 않다. 부동산 문제와 민생 경기 회복은 단기간에 풀 수 없는 난제다. 11월 집단 면역 등 백신 접종 문제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투표를 하는 ‘마스크 대선’이 현실화된다면 여권의 필패는 자명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미·중, 북·미, 한·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새로 구성되는 민주당 지도부가 과연 국민적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에서 강력한 쇄신이 이슈가 되지 않고 인물난까지 겹치면서 민심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골프는 힘을 빼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골프는 몸의 힘을 빼야 속도감 있는 스윙이 나오고 강한 임팩트가 이뤄져 원하는 비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힘만 가지고는 절대 골프를 잘할 수 없다. 힘 빼는 데 몇 년씩 걸렸다는 골퍼들의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고개를 뻣뻣하게 든다면 결코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영욕을 거듭했던 정치권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4·7 재보선 결과는 대선을 앞둔 여권에 정치적 보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소모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민생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은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민심과 시대가 함께 열어 가는 길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이런 측면에서 지난 4·7 재보선 결과는 대선을 앞둔 여권에 정치적 보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소모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민생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은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민심과 시대가 함께 열어 가는 길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