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고-장필수 제2사회부장] 문화재 번호
2021년 02월 10일(수) 00:00 가가
국보와 보물에 관련된 이야기는 늘 세간의 관심사였다. 1962년 국가지정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국보는 334호, 보물은 2110호까지 지정됐다. 이 가운데 자격 논란이 일거나 가짜로 판명돼 지정이 취소되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국보가 지위를 잃으면 그 번호를 영구 결번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는 3건 있었다. 19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귀함별황자총통’은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지면서 국보 제274호로 지정됐지만, 4년 만에 지위를 잃었다. 이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장이 가짜 총통에 화공약품을 부어 강제로 부식시켰다고 고백하면서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보나 보물 지정 전에 일정한 기간 동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지정 예고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외국에서 제작된 유물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경우도 있다.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받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가 대표적이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에서 제작된 투구로 우승 부상으로 주어졌지만 손기정에게 전달되지 않고 베를린박물관에 보관됐던 것을, 그리스의 한 신문사 주선으로 돌려받은 것이다. 이 투구는 국내에서 보물 제904호로 지정됐다.
국보 1호 숭례문은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제가 1934년 숭례문을 조선의 보물 1호로 지정한 것을 그대로 국보1호로 지정한 것인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한양으로 입성한 문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특히 2005년 감사원은 숭례문의 ‘상징성 부족’을 이유로 문화재청에 국보1호 교체를 건의하기도 했다.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이 국보1호로 적합하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용기 의원이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냈다.
결국 문화재청이 60년 만에 문화재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지정번호가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아니라 그냥 국보 숭례문으로 표기하게 된다. 가치를 번호로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니 환영할 일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결국 문화재청이 60년 만에 문화재 지정번호를 없애기로 했다. 지정번호가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아니라 그냥 국보 숭례문으로 표기하게 된다. 가치를 번호로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니 환영할 일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