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이상길 옮김
2021년 02월 05일(금) 17:00
‘계급 정체성과 성 정체성은 어떻게 교차하는가?’

푸코 평전,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을 펴내며 성적 지배 체제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한국어로 출간됐다.

책은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에리봉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하는 여정을 담았다.

저자는 1956년 프랑스 파리 교외 랭스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기자로 일하면서 피에르 부르디외, 미셸 푸코, 조르주 뒤메질 등 당대 거장들을 인터뷰했다. 그가 쓴 ‘미셸 푸코 1926~1984’는 한국어 등 20여개 언어로 번역된 바 있다.

이야기는 에리봉이 아버지가 죽고, 스무 살에 떠나온 후 30년 동안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던 고향 랭스에 가면서 시작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계급적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갈등을 빚는 모습을 파헤친다. 그는 사상적으로는 좌파이지만, 현실에선 노동자계급 가족을 외면하고 부끄러워했다고 고백한다. 왜 그러한 ‘배신’을 하게 됐는지 질문하며, 사회 안에서 노동자 계급이 처한 상황과 그것이 재생산되는 구조를 그려낸다.

한편, 2009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돼 영미권, 동유럽과 북유럽, 남미 등에서 잇따라 번역되며 호평을 받았다. 책은 2014년 연극으로 각색돼 아비뇽 연극제에 올랐으며 이후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공연됐다. <문학과지성사·1만8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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