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픈 유기견 ‘호두’ 기적처럼 ‘마루’ 가족을 만나다
2021년 02월 05일(금) 01:40 가가
<26> 견생역전 호두·마루 이야기
버려진 윙크견 ‘호두’와 매력 말티즈 ‘마루’, 가족들에 행복 선물
장애견 편견 없애려 소셜미디어에 호두마루 일상 기록…16만 팔로워
‘호두랑 마루랑’ 출간…인세 전액 유기동물 친구들 위해 기부키로
버려진 윙크견 ‘호두’와 매력 말티즈 ‘마루’, 가족들에 행복 선물
장애견 편견 없애려 소셜미디어에 호두마루 일상 기록…16만 팔로워
‘호두랑 마루랑’ 출간…인세 전액 유기동물 친구들 위해 기부키로
“호두는 한쪽 눈만 보이는 아주 작은 몸으로, 이 크고 넓은 세상에 버려진 강아지이다. 가끔 호두와 눈을 맞추며 한참을 쳐다보며 눈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호두야 넌 어디서 온 거야? 많이 무섭고 아팠지?’ 물어보면 호두는 빤히 쳐다보다가 미소를 지어주는데, 남아있는 한 쪽 눈은 또 얼마나 맑고 사랑스러우며 선한지 모른다… 눈에 우주를 담고 있던 그 시절의 호두도, 한쪽 눈으로 윙크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호두도 참으로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호두랑 마루랑’ 중에서)
올해 만 7살인 말티즈 마루와 4살인 믹스견 호두는 SNS 16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스타견이다. 이들의 방에 ‘살짝 얹혀사는 중’인 호두마루 언니 안은지씨는 호두 마루가 웃으며 뛰어다니는 걸 보는게 인생 최고의 낙이라고 이야기하는 두 반려견의 든든한 보호자다.
은지씨의 첫 번째 보물인 마루는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이중견격을 가졌으며 자기가 대형견쯤 되는 줄 착각하는 용감하고 씩씩한 강아지다. 까만 동공은 순하지만 눈 흰자와 세모 눈썹은 아주 강렬한 매력 넘치는 외모를 갖고 있다. 아무데서나 발라당 눕는 버릇과 앞발로 눈을 가리며 잠투정하는 습관을 가진 사랑스러운 반려견이다.
한때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호두는 은지씨와 가족이 되면서 ‘견생역전’한 행운견이다. 인터넷 강아지 카페에서 우연히 입양처를 찾는다는 게시글을 본 게 호두와의 첫 만남이었다.
사진 속 강아지는 너무 귀엽고 작았지만, 유기견인데다 믹스견이었으며 다친 듯한 한쪽 눈은 비정상적으로 커보여 입양이 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우려했던 대로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 하나도 없었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듯 했다.
처음 본 호두의 사진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은지씨는 결국 호두를 데려오기로 결심을 하고 임시 보호중인 동물병원에서 호두를 데려왔다.
첫 번째 난관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이미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있었던데다 아픈 아이를 데려와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다른 입양처가 나타날 때까지만 보호하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설상가상으로 그 와중에 호두의 눈은 급격히 악화돼 안구 적출 수술을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동시에 신경 써야할 건 마루의 심리상태였다. 마루는 지난 3년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해온 유일한 반려견이었다. 하지만 호두가 온 첫날, 마루는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채 한참을 울 정도로 호두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도 호두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호두는 자연스럽게 은지씨네 가족이 됐다. 결국 가족들도 호두에게 마음을 열었고 마루도 동생 호두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수술이 가능한 만 1살이 된 호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안구 적출 수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수술 후 ‘윙크견’이 된 호두는 통증이 사라진 덕분인지 가족들을 향해 웃어주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든 일상에는 호두마루도 함께였다.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가족을 올려다보는 강아지가 두 마리가 되었고 거실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TV를 볼 때 같이 뒹구는 강아지가 두 마리가 되면서 가족의 행복도 두 배로 커졌다.
가족들의 마음과는 달리 호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애꾸’, ‘장애견’이라며 멸시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다. 애견 운동장에서는 어느 견주가 자신의 반려견에게 다가온 호두를 멀리 밀쳐버린 충격적인 사건도 목격했다. 상처를 받은 듯한 호두를 보며 속상했고 그런 호두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은지씨는 더 이상 호두가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소셜미디어를 시작했다. ‘유명해져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없게 하자’는 일명 ‘호두 스타견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인스타그램에 호두마루 전용 계정을 만들고 호두와 마루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호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불쌍함, 신기함, 거부감이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호두를 보고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호두의 미소를 보면 행복해진다고 얘기를 해줬다.
호두마루 계정의 팔로워 수는 점점 늘어갔고 현재 16만7000 팔로워를 가진 스타견이 됐다. 2년 전에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모 기업의 ‘스타견리그’ 후보로까지 올라가 당당하게 3등을 차지했다.
준비없이 시작된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에 부딪혀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마음 넓은 마루와 ‘긍정왕’ 호두의 힘을 받아 행복한 반려가족이 된 호두마루 이야기는 최근 책으로도 출판됐다.
호두마루 언니는 얼마 전 ‘행복을 선물해주는 호두마루의 견생역전 이야기-호두랑 마루랑’(딥앤와이드)을 펴냈다. 책의 인세(작가 수익금) 전액은 과거의 호두와 같은 유기동물 친구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안은지씨는 “그동안 생일이나 상금 탔을 때도 호두마루 이름으로 기부를 해왔었다”며 “호두마루를 많이 예뻐해주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책을 구매해 주시는만큼 수익금 역시 유기동물들을 돕는데 사용하는게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지씨는 유기견 입양을 계획중인 반려인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굳게 닫힌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과 끊임없이 바라봐주는 따뜻한 눈빛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진짜 가족이 되기까지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도 필요해요. 진짜 가족이 되고서도 더 큰 사랑으로 아이들의 새로운 삶을 평생 함께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이미 받은 상처를 한 번 더 받게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니까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제공 안은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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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동생 앞에서 벌 받고 있는 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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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미소로 마루언니를 바라보는 호두. |
사진 속 강아지는 너무 귀엽고 작았지만, 유기견인데다 믹스견이었으며 다친 듯한 한쪽 눈은 비정상적으로 커보여 입양이 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우려했던 대로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 하나도 없었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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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겨울여행을 떠난 호두와 마루. |
첫 번째 난관은 부모님의 반대였다. 이미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있었던데다 아픈 아이를 데려와서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다른 입양처가 나타날 때까지만 보호하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설상가상으로 그 와중에 호두의 눈은 급격히 악화돼 안구 적출 수술을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동시에 신경 써야할 건 마루의 심리상태였다. 마루는 지난 3년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해온 유일한 반려견이었다. 하지만 호두가 온 첫날, 마루는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채 한참을 울 정도로 호두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도 호두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호두는 자연스럽게 은지씨네 가족이 됐다. 결국 가족들도 호두에게 마음을 열었고 마루도 동생 호두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수술이 가능한 만 1살이 된 호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안구 적출 수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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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호두랑 마루랑 언니랑. |
가족들의 마음과는 달리 호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애꾸’, ‘장애견’이라며 멸시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다. 애견 운동장에서는 어느 견주가 자신의 반려견에게 다가온 호두를 멀리 밀쳐버린 충격적인 사건도 목격했다. 상처를 받은 듯한 호두를 보며 속상했고 그런 호두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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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는 한쪽 눈을 잃고 윙크눈이 되었지만 든든한 가족이 함께하기에 더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다. |
현실에서 호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불쌍함, 신기함, 거부감이 많았지만, 이곳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호두를 보고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호두의 미소를 보면 행복해진다고 얘기를 해줬다.
호두마루 계정의 팔로워 수는 점점 늘어갔고 현재 16만7000 팔로워를 가진 스타견이 됐다. 2년 전에는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모 기업의 ‘스타견리그’ 후보로까지 올라가 당당하게 3등을 차지했다.
준비없이 시작된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에 부딪혀 수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마음 넓은 마루와 ‘긍정왕’ 호두의 힘을 받아 행복한 반려가족이 된 호두마루 이야기는 최근 책으로도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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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와 마루의 이야기가 담긴 '호두랑 마루랑'. |
안은지씨는 “그동안 생일이나 상금 탔을 때도 호두마루 이름으로 기부를 해왔었다”며 “호두마루를 많이 예뻐해주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책을 구매해 주시는만큼 수익금 역시 유기동물들을 돕는데 사용하는게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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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함께라면 세상 두려울 게 없는 호두. |
“굳게 닫힌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과 끊임없이 바라봐주는 따뜻한 눈빛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진짜 가족이 되기까지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도 필요해요. 진짜 가족이 되고서도 더 큰 사랑으로 아이들의 새로운 삶을 평생 함께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이미 받은 상처를 한 번 더 받게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니까요.”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제공 안은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