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고-윤현석 정치부 부장] 도시계획위원회
2021년 02월 04일(목) 05:00
19세기 들어 유럽에서는 위생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이 속속 설치되기 시작했다. 위원회는 근대화와 도시화가 진전되고, 관련 법률이 정비돼 가는 과정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전문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에 설치되는 위원회는 대부분 주요 현안에 대해 전문가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에 반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경관위원회, 공원위원회 등은 좀 다르다. 민간사업자나 자치구 등이 제시한 대규모 개발사업, 관련 계획 변경 등의 가부를 심의한다. 그래서 그 권한도 막강하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는 면적이 큰 구역의 개발 안건을 심의하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큰 수익을 바라는 민간사업자, 단기간의 개발로 성과를 내려는 행정기관 등이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원들은 도시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가적 관점과 시민 전체의 이익을 감안하는 공익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그렇지 못했다. 모든 안건을 비공개로 심의하고, 위원들의 심의 시 발언이나 의견 역시 알 수 없게 했다. 위원 중에는 업체 관계자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위원들은 각 안건에 대해 마치 ‘흥정’을 하듯 높이를 조금 낮추거나 녹지공간을 약간 늘리는 식으로 심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광주는 아파트로 덮인 잿빛 도시가 되고 말았다.

아파트를 짓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전제로 아파트가 그 수명을 다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며, 건설업체 등의 수익 제고나 투기 수단만이 아닌 도시 전체의 경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했었다.

앞으로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업체와 관련된 위원은 모두 배척해야 한다. 건축이나 토목만이 아닌 의료·과학·경제 등의 각계 전문가도 참여시켜야 한다. 시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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