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치유의 서사
2021년 02월 02일(화) 22:40
김경희 장편 ‘오래된 정원에 꽃이 피네’
소설이란 ‘경험의 변형’이자 ‘경험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작가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존재다.

부안 출신 김경희 소설가의 장편 ‘오래된 정원에 꽃이 피네’(문학들)는 나를 찾아 떠나는 치유의 서사로 압축된다.

소설의 주인공은 지숙이다. 그녀에게는 아주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아픔이 있다. 어머니 박 씨는 혼례 첫날밤을 치르던 날 신랑의 기침 소리가 잦다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지병으로 죽자 박 씨는 그 집 며느리가 아닌 ‘종’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친정에서도 버려지다시피 시집간 신세였다.

지숙의 어머니는 그렇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풍파와 맞서야 했다. 지숙은 그런 틈바구니에서 고속에 묻힌다.

소설을 관통하는 중심 서사는 아버지의 부재와 그로 인한 고통이다. 생계를 위해 딸을 돌보지 못한 어머니의 여유 없는 삶은 고스란히 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숙에게 드리워진 “어머니와 닮고 싶지 않다는 것”은 “어머니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와 동일하다.

결국 지숙은 자궁 적출 수술을 받는데, 이는 그녀의 삶과 겹쳐진 어머니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를 준다. ‘천왕문’, ‘불이문’은 속(俗)의 영역에서 성(聖)의 영역으로 들어가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는 길이다.

김영상 문학평론가는 “김경희 소설에서 자기 치유의 진정성은 성과 속의 경계에 ‘문 없는 문’을 배치함으로서 의식과 무의식 또는 기억과 상처 사이의 경계를 지워 버린 데에 있다”고 평한다.

한편 김 작가는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광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새들 날아오르다’, ‘켄타우로스, 날다’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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