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어떻게 과학을 이용했는가, 김유황·황진명 지음
2021년 01월 29일(금) 10:00 가가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로 페니실린을 발견한 후 1939년 옥스퍼드 대학의 플로리 팀이 페니실린 정제에 성공했다. 플로리는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량생산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은 전시상황이었다. 모든 화학공장이 전쟁물자 생산에 동원돼, 페니실린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플로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화이자 등 제약회사들과 협력한다. 우연찮게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미국이 참전하게 되고, 페니실린 대량생산이 이뤄진다. 페니실린은 부상당한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범박하게 말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승패는 기술의 우월성에 의해 결정된다. 김유황 인하대 화학과 명예교수와 황진명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펴낸 ‘전쟁은 어떻게 과학을 이용했는가’는 과학이 어떻게 전쟁에 이용돼 왔는지 고찰한다. 저자들은 20대 미국 유학시절부터 함께 공부한 뒤, 귀국 후에도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 같은 길을 걷는 학문적 동지다.
저자들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시대를 앞선 ‘과학과 공학의 전설’이었다. 다빈치는 밀라노 공화국을 지배하던 스포르차 공작에게 군사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능력 10가지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를 보낼 만큼 탁월한 무기 디자이너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007시리즈 제임스 본드 첩보영화를 떠올렸지만 이젠 해커들이 화면을 두고 총성 없는 사이버전을 벌이는 추세다. 책에는 2차대전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개발과정 등도 담겨 있어 전쟁과 과학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다. <사과나무·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