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2021년 01월 28일(목) 05:00
얼마 전 열린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보도 중에서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미국 최초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 인도계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운 카멀라 해리스의 가족사진이다. 특히 사진 속에서 부통령의 손을 잡고 걷는 흑인 꼬마 숙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리스가 어릴 적 입었던 털코트와 비슷한 옷을 입은 꼬마 숙녀는 여동생의 손녀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그는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사진에는 백인인 남편 더그 엠호프와 두 명의 의붓자녀도 보인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사진은 ‘분열’로 대표됐던 트럼프 시대가 끝나고 ‘화합’의 시대를 맞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이든 정부는 ‘중년 백인 남성’ 일색이었던 트럼프 내각과 달리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첫 원주민계 내무장관(뎁 할랜드) 등을 내정하며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아카데미상 후보 물망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미국의 비주류인 이민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미국 온라인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 58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며, 배우 윤여정은 112년 전통의 전미비평가위원회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미국 연기상 20관왕을 달성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이 뒤이어 미국으로 건너온 할머니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는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담겨 있다. 영화 제목 ‘미나리’에 대해 정 감독은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미국으로 온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키웠는데 다른 채소보다 훨씬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며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자와 관련된 여러 소식을 들으며 외국인 근로자 등 우리 곁의 ‘이민자’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다름’을 인정하는지, 얼마만큼 다양성을 용인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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