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021년 01월 22일(금) 06:00 가가
은행권 가계대출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금리가 낮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심지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은행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돈을 빌리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돈에 밝은 민족’인 유대인들은 은행을 돈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유대인의 경전이랄 수 있는 ‘탈무드’에는 은행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한 유대인이 은행에 들어가 대출 담당 직원을 찾았다. 그는 1달러를 빌리길 원했고, 은행원은 담보를 요구했다. 유대인은 가방에서 주식과 채권 등을 빼서 담보로 제공했다. 은행원이 담보를 계산해 보니 얼추 50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담보가 너무나 큰 탓에 은행원은 “정말 1달러만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었다. 유대인은 1달러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은행원은 1달러에 대한 연 금리 6%를 적용, 1년 후 원금 1달러와 이자 6센트를 갚으면 담보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유대인은 1달러 지폐를 지갑 속에 넣은 뒤 일어섰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은행 지점장은 궁금함을 참지 못해 유대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대체 50만 달러나 갖고 있는 분이 굳이 1달러를 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러자 유대인이 웃으면서 말한다. “은행에 오기 전에 주식과 채권 등 서류를 보관할 금고를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했어요. 그래서 제일 싼 금고가 무엇일까 생각했지요. 1년에 6센트로 이렇게 안전한 금고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겠어요?” 유대인에게 사업 투자를 위한 확실한 용도 이외의 대출은 빚이나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은행을 돈을 보관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권은 올 들어 불과 2주 만에 은행권에서 14조 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가 증시 주변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금 깨기는 기본이고 연금마저 끌어와 주식을 사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주가 상승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은행에서 빚을 끌어와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빌린 돈으로 자산을 늘리면 좋겠지만 자칫 빚을 갚느라 청춘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겠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금융권은 올 들어 불과 2주 만에 은행권에서 14조 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가 증시 주변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금 깨기는 기본이고 연금마저 끌어와 주식을 사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한다. 주가 상승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은행에서 빚을 끌어와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빌린 돈으로 자산을 늘리면 좋겠지만 자칫 빚을 갚느라 청춘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겠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