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재개발
2021년 01월 21일(목) 05:00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는 중세나 근대의 건축양식이 많이 남아 있다. 멋진 광장과 공원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는 유럽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이 ‘공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역 공동체가 공공 즉 모두의 것을 유지·보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은 도시의 정체성이야말로 그 역사가 표현된 공간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골목길과 오래된 상권 등은 건드리지 않는다. 선진국 도시의 경관은 공공 자산이며 따라서 건축물 소유주라도 마음대로 변형을 가할 수 없다. 현대식 고층 건물은 신시가지에만 들어설 수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우선 우리나라 도시에는 보존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전통미를 가진 건축물이나 공간 등이 많이 자취를 감췄다. 게다가 1960~1980년대 급증하는 도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내구성은 약하고 미적인 요소 역시 갖추지 못한 ‘저급 저층 주택’들만 빽빽이 들어섰다.

과거 소득이 낮았던 시절에는 그래도 골목길에 정감이 넘쳤고 이웃사촌과 어울려 ‘사는 재미’를 주는 공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민간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도시는 똑같은 형태의 고층 아파트들로 뒤덮이고 말았다. 아파트가 부를 축적하는 투기 수단이 되어 버린 뒤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재개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급을 통해 아파트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방식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토지를 강제 수용해 기간을 단축하고 용적률을 대폭 높여 혜택을 주되 그 일부를 공공임대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식이다.

사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미래 우리나라의 도시상을 정립하는 것 아닐까.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시 내에 공원이나 광장 등을 조성하고 고층 아파트만이 아닌 다양한 주택 양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아쉽다. ‘공공 재개발’은 구도심 재생과 경관 그리고 도시 미래를 함께 담아 추진해야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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