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赦免)
2021년 01월 19일(화) 23:00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에서 사면(赦免) 논쟁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로 논란이 일더니, 미국에서는 퇴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 잔치’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국내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일단 일단락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제기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엊그제 신년사에서 사면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사면 잔치’를 벌이면서 미국 사회에 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자신의 사돈과 최측근 30여 명을 사면함으로써 ‘마지막 사면 잔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퇴임 전날에도 100여 명을 사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면의 근본 취지를 크게 벗어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동양에서 사면 제도는 중국 한나라 때 제도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면 제도 역시 고대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이며, 삼국시대 이래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25년, 백제 55년, 고구려 197년에 각각 사면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다.

사면은 사실상 군주 권력의 숭고성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군주의 덕과 선정에 기초를 둔 특권 행위로 생각되어 온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기를 거치며 사면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이후 사면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면은 국가원수의 특권으로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다. 따라서 사면은 국가원수의 권한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합리적 근거와 명분 없는 사면은 어떤 행태로든 법질서를 해치는 ‘권력 남용’일 뿐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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