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말 나혜석 지음, 조일동 엮음
2020년 09월 04일(금) 00:00
여기 한 여성이 있다. 촉망받는 화가이자 작가였지만 시대는 그에게 아내, 며느리로서의 삶을 살라고 강요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신여성이 붙었고, 그의 삶은 시대와 어울리지 못했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였던 나혜석. 그녀의 글을 묶은 ‘나혜석의 말’이 출간됐다.

나혜석은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일본에서 서양 유화를 배워 국내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18년에는 조혼과 가부장제 등 여성에게 불리한 관습을 비판한 소설 ‘경희’를 발표하며 작가로서도 남다른 재능을 선보였다.

그녀는 가부장적인 사회제도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하고 저항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따가운 시선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 했고,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와 맞서 싸웠다.

책에는 19세 때 쓴 ‘이상적 부인’을 비롯해 첫딸을 임신해 낳고 돌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모(母) 된 김상기’, 남편 김우영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기까지의 개인적인 생활과 심경을 서술한 ‘이혼 고백서’ 등 14편을 실었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더 단단히 살아갈 길’, ‘나를 잊고 어찌 살 수 있으랴’, ‘여자도 다 같은 사람이외다’,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나혜석의 글들은 우리에게 모두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개인’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하며, 자각은 관념적인 이해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이며 실천적인 행동을 통해 실현된다고 전한다. <이다북스·1만45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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